‘선거인 1m 간격’ 무너졌다…코로나로 사전투표 열기

  • 뉴스1
  • 입력 2020년 4월 10일 10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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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10일 서울 구로구 오류1동 사전투표소에서 21대 총선 투표를 하고 있다. 2020.4.10/뉴스1 © News1
시민들이 10일 서울 구로구 오류1동 사전투표소에서 21대 총선 투표를 하고 있다. 2020.4.10/뉴스1 © News1
‘마스크 착용 여부를 확인한다→체온계로 발열 여부를 확인한다→직원들은 선거인에게 위생 장갑(비닐 장갑)을 나눠준다→비닐장갑 착용 후 투표소에 입장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로 사전투표소도 전에 없던 풍경을 그리고 있다. 특히 ‘4·15 총선’을 앞두고 밀착 접촉에 따른 감염 우려로 본 투표 대신 사전투표소를 선택했다는 시민이 적지 않았다. 사전투표소에는 사람들이 비교적 적을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10일 오전 사전투표 첫날인 강남구 논현1동 주민센터 2층 임시투표소 안. 40대 이상 시민이 대부분이었으나 30대 선거인도 간간이 보였다. 오전 8시 전후로 주민들이 속속 방문했고 투표소 앞 좁은 복도에 5명이 대기했다.

주민들이 몰려 ‘1m 이상 거리 두기’ 등 행동 수칙이 깨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선거인 대기선이 ‘1m’ 간격으로 바닥에 부착됐으나 공간이 워낙 좁아 ‘다닥다닥’ 붙은 모습이 연출됐다. 투표소 관계자는 “대기선을 지켜달라”고 요청했다.

투표소 앞에는 직원 4명 대기하고 있었다. 이들 가운데 앞에 배치된 두 사람이 사전 투표자를 대상으로 체온을 확인하고 뒤에 있는 두 사람이 위생 장갑을 제공했다. 선거인 한명이 손소독제부터 쓰려고 하자 안내 직원이 “이거 쓰시면 돼요”라며 위생 장갑을 권했다.

검은색 운동복을 입은 A씨(여·32)는 “본 투표에는 사람이 몰릴 것 같아 사전 투표 하러 왔다”며 “코로나19 감염 걱정 때문에 사전 투표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마스크과 위생 장갑 등 착용해야 한다는 사전투표소의 방침 덕분에 “감염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오전 6시30분 삼성2동 주민센터에서는 줄이 이어지거니 붐비진 않았다. 사전투표 시작한 지 30분밖에 지나지 않은 ‘이른 시간대’였기 때문이다.

이곳 선거인 가운데 상당 수는 50대 이상 중년이었다. 성별은 7대3, 6대4 비중으로 남성이 더 많았다. 투표자들의 공통된 모습은 ‘마스크’ ‘발열 여부 확인’ ‘손 소독’ ‘비닐장갑’이었다.

가벼운 운동복 차림으로 이곳을 방문한 김모씨(67)는 “사전 투표 과정에서 신원 확인 차 마스크를 (턱 밑으로) 내려야 하는데 전문가들이 마스크 바깥을 만지지 말라고 권한 점이 떠올라 불안했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경제 분야에 역량 있는 후보 또는 정당에게 투표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전 6시5분쯤 마포구 연남동 사전투표소 연남동 주민센터 안. 1층에서투표자 체온을 측정하고 마스크 착용 여부를 확인한 뒤 투표소가 마련된 3층 강당에 올라가야 했다. 3층에서는 위생 장갑을 나눠줬다. 들어갔다 나오는 동선을 최소하고자 관내 선거인 반시계방향, 관외선거인 시계방향으로 이동하도록 현장 인력은 지시하고 있었다.

이모씨(36)는 “대기 인원이 적어 투표하는 데 1분도 안 걸렸다”면서 “코로나19에다 ‘n번방’ ‘박사방’ 사건에 선거 분위기가 안 나는 것 같다. 거리나 골목에서 후보 얼굴 1번도 못 보고 투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듯하다”고 말했다.

오전 8시가 넘어 투표소로 오는 인원이 많아지자 곳곳에서는 투표자 간 1m간격이 다시 허물어지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오전 8시쯤 강남구 소재 한 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 가보니 대기선에 맞춰 서 달라고 담당 공무원이 안내했지만 비좁은 공간 탓에 1m 간격선은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안내에도 여전히 사람들이 다닥다닥 줄을 서 있었고 담당 공무원은 안내 말고는 추가 조치를 하지 못했다.

서대문구의 한 사전투표소에서도 단체로 사람이 몰리자 1m 간격선이 무너지졌다. 이에 공무원들은 ‘간격 유지를 해달라’고 여러차례 외치며 투표소 바깥 대기장소까지 시민들을 안내하며 간격을 유지시키기도 했다.

오전 9시40분쯤 종로구 소재 한 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서도 1m 간격은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친구 3명이 1m 선 안쪽에 함께 서있기도 했지만 담당 공무원의 제제는 없었다. 오전 10시20분쯤 서초구 소재 한 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서도 간격이 지켜지는지 점검해보니 엘리베이터 앞에서 주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간격이 무너지고 있었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크게 불안해하지 않는 모습이다. 강남구의 사전투표소에서 만난 A씨(32·여)는 “줄이 다닥다닥 붙어있기는 하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짧아서 괜찮았을 것”이라며 “마스크도 착용하고 비닐장갑도 끼게 해서 안심했다”고 말했다.

안모씨(40대 중반)는 “마스크도 다 착용하고 장갑도 끼게 하니까 걱정할 이유가 없다”며 “투표소에서도 마스크를 얼굴 확인할 때만 내려서 다시 쓰게 하면서 감염 예방을 철저히 하는 것 같아 안심이다”라고 밝혔다.

안채영씨(23·여)는 “코로나 때문에 불편한 것은 없었지만 간격 유지를 해야하니까 시간이 좀 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해야할 일을 끝냈다”고 뿌듯해했다.

천연동사무소 사전투표소에서 만난 81세 할머니는 지팡이를 짚고 투표를 하고 가뿐 숨을 쉬고 있었다. 할머니는 “딴 건 몰라도 아파도 투표는 꼭 한다”며 “혼자 살고 나이가 80이 넘었는데 바라는게 뭐 있겠냐만 정치인들이 깨끗하게 정치를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코로나에도 이날 오전 11시 기준 사전 투표율은 3.72%로 집계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이는 전국 단위 선거의 같은 시간대 사전투표율 가운데 최고치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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