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로톡-강남언니-삼쩜삼… “킬러규제들 뒤엔 기득권 카르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킬러규제에 무너지는 중기 생태계]
보이지않는 규제 ‘텃세 카르텔’
기존업계 직간접 견제로 혁신 방해
법적다툼 이겨도 상당수 사업 접어

A업체 관계자가 TTA 인증과 관련한 지방자치단체의 공문을 살펴보고 있다. 규제 계도 기간이 끝나는 31일이 지나면 전국 관공서와 계약을 맺은 모든 폐쇄회로(CC)TV 업체는 계약이 종료되고 TTA 인증을 받은 제품만 계약할 수 있다. A업체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새로운 인증이 의무화되며 올해 매출 절반가량이 날아가게 생겼다"고 했다. 안양=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A업체 관계자가 TTA 인증과 관련한 지방자치단체의 공문을 살펴보고 있다. 규제 계도 기간이 끝나는 31일이 지나면 전국 관공서와 계약을 맺은 모든 폐쇄회로(CC)TV 업체는 계약이 종료되고 TTA 인증을 받은 제품만 계약할 수 있다. A업체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새로운 인증이 의무화되며 올해 매출 절반가량이 날아가게 생겼다"고 했다. 안양=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한국에만 존재하는 킬러 규제들의 이면에는 ‘기득권 카르텔’이 숨어 있습니다.”

스타트업 임원 B 씨는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법이 유일한 문제라면 결국 법만 바꾸면 된다”면서 “그런데 법이 바뀌어도 이미 시장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경쟁 업체나 단체들의 힘과 장벽이 너무 강하다”고 했다. 기존 업계의 직간접적 견제가 혁신을 방해하는 이른바 ‘텃세 카르텔’을 지적한 것이다. ‘택시업계 vs 타다’ ‘변호사협회 vs 로톡’ ‘의사협회 vs 강남언니’ ‘세무사협회 vs 삼쩜삼’ 등이 대표적 사례들이다.

2018년 10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차량을 호출하는 서비스인 ‘타다 베이직’이 출시됐다. 일반 택시보다 요금이 20% 정도 비쌌음에도 고객들은 빠른 배차와 사라진 승차 거부에 열광했다. 하지만 택시 업계가 “불법 콜택시 영업”이라며 타다 대표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3년 7개월 동안의 법정 공방 끝에 대법원은 6월 1일 타다에 대해 “합법적인 자동차 대여 서비스”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타다는 이미 시장에서 사라진 뒤였다. 이재웅 전 타다 대표는 판결 직후 “혁신을 막고 기득권 이익을 지켜내는 일은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로톡의 경우도 기득권 집단에 혁신이 가로막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로톡은 전문성과 수임료, 후기 등을 보고 자신에게 적합한 변호사를 찾아 법률 상담을 할 수 있게 한 법률 광고 플랫폼이다. 법무부와 공정거래위원회도 여러 차례 로톡의 운영 방식이 합법적임을 인정했다.

그런데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변호사를 소개·알선해 사무를 보거나 그 대가를 받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변호사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변협은 더 나아가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 등에 대해 징계 압박을 하면서 회원 탈퇴를 종용했다. 한때 4000명 정도였던 로톡의 변호사 회원 수는 현재 2000명대로 줄었다. 대한변협이 가지고 있는 ‘징계권’으로 회원들의 법률 플랫폼 이용을 저지하는 사실상의 ‘규제’를 행사한 것이다.

일본, 미국, 독일 등에선 일정한 범위 안에서의 변호사 온라인 플랫폼 광고를 허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 전 세계 리걸테크(법률 서비스 기업) 수는 7000여 곳, 투자 규모만 약 14조 원”이라며 “한국만 역주행 중”이라고 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음식 배달 시 주류 가격이 음식 가격을 넘지 못하게 하는 주류통신판매 규제도 대표적인 텃세 카르텔로 꼽는다. 기존 유통업체들의 견제로 소비자와 소상공인들이 모두 원하는 배달 서비스를 못 하고 있는 것이다.

‘낯선’ 사업모델로 혁신을 꾀한 스타트업들이 기득권 세력과의 법적 다툼에서 승소하더라도 결국은 사업을 접는 경우가 많다. 긴 시간 공방을 벌이는 사이 경영실적이 악화할 수밖에 없고, 심지어 다른 규제가 또다시 생기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 경제에 활력이 돌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시도와 도전이 나와 기존 사업자들을 자극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런데 기득권 세력이 새로운 사업모델의 발목 잡기에만 주력한다면 글로벌 트렌드로부터 점차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킬러규제들 뒤엔 기득권 카르텔#텃세 카르텔#혁신 방해#타다-로톡-강남언니-삼쩜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