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 절반 2040, 70%는 감염경로 몰라… 도쿄 다시 사재기 극성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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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사태 선언 임박… 공포 커지는 日
도쿄 하루 감염 이틀째 100명 넘어… 주말 마트 식료품 코너 텅 비어
경제 전문가 “긴급 사태 발령땐 2년간 경제손실 717조원 될 것”

5일 일본 도쿄 주오구의 한 마트. 쌀과 라면 등 식료품 코너는 텅 비었다. 미나토구, 신주쿠구 등지의 마트 5곳을 들렀는데, 3곳은 비슷한 상황이었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가 지난달 25일 ‘외출 자제’를 요청하면서 나타났던 사재기가 지난 주말 다시 극성을 부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조만간 긴급사태를 선언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긴급사태 선언을 고려하는 주된 이유는 도쿄에서 감염자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양적으로 증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질적인 문제도 심각하다. 4일 감염자 118명 중 59명이 20∼40대 젊은층이었다. 약 70%에 해당하는 81명은 감염 경로도 불명확했다. 젊은층이 자신의 감염 사실을 모른 채 거리에 나가 다른 사람에게 병을 옮길 수 있는 것이다.

의료 시스템 문제는 지속적으로 지적된다. 5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초 유럽에 다녀왔다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50대 여성은 지난달 13일 체온이 38도까지 올라갔지만 19일에야 대학병원에서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매뉴얼에 따라 귀국자·접촉자상담센터에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고, 보건소는 ‘그 정도로는 검사받을 수 없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주일 미국대사관은 3일 홈페이지에 “미국과 유럽의 환자 수 및 입원 건수와 비교해 일본 내 확진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며 “광범위하게 검사하지 않는 정책이 일본 내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우치다 다쓰루(內田樹) 고베조가쿠인(神戶女學院)대 명예교수는 지난주 발매된 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에서 “아시아에선 대만과 한국, 중국이 감염 확대를 저지하는 데 일단 성공한 것 같다”며 “일본은 어느 것 하나 성공한 게 없다”고 밝혔다. 그는 “‘검사 수가 적기 때문에 실제 감염 실태를 정부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해외 언론이 우려하지만 일본 정부는 설득력 있는 설명을 못 한다”고 비판했다. 또 원숭이 사회의 특징을 조삼모사(朝三暮四·원숭이에게 아침엔 3개, 저녁엔 4개의 도토리를 주며 현혹)로 설명하면서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일본이 원숭이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사키 하지메(佐左木紀) 국토교통성 정무관은 5일 자신의 트위터에 ‘정부만의 책임이라고 하지 말아 달라’는 글을 올렸지만 “도쿄 올림픽이 연기될 때까지 어정쩡하게 외출 자제를 요청하면서 감염자 수를 축소했다” “사임하라” 등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긴급사태가 선언되면 외출 자제와 영업 중단 등으로 인해 경제적 충격이 불가피하다. 미야모토 가쓰히로(宮本勝浩) 일본 간사이대 명예교수(이론경제학)는 긴급사태가 일본 열도 전역에 발령되면 2년간 경제 손실 규모가 약 63조 엔(약 71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4일 보도했다. 지난해 일본 국내총생산(GDP) 약 554조 엔의 10%를 넘는다. 긴급사태가 도쿄에만 발령될 경우 손실액은 약 11조3000억 엔으로 추산했다.

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김범석 특파원
#일본 도쿄#확진자#코로나19#긴급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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