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BTS와 두 번째 협업 라우브… 나는야 자유로운 ‘원맨 밴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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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1집 앨범 빌보드 16위 올려
앤마리-트로이 시반 등 중량급 참여
“내 음악 내 맘대로 발표” 인디 고집

미국 팝스타 라우브. 예명 라우브는 부모의 조국인 라트비아 말로 동물인 사자를 뜻한다. 그의 1집 앨범 재킷 속 자신의 몸에 올라탄 6명의 소인 라우브는 각각 구제불능 낭만파 라우브, 혈기왕성 라우브, 얼빠진 라우브, 허랑방탕 라우브, 긍정적인 라우브, 실존적인 라우브다.(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뮤직테이블 제공
미국 팝스타 라우브. 예명 라우브는 부모의 조국인 라트비아 말로 동물인 사자를 뜻한다. 그의 1집 앨범 재킷 속 자신의 몸에 올라탄 6명의 소인 라우브는 각각 구제불능 낭만파 라우브, 혈기왕성 라우브, 얼빠진 라우브, 허랑방탕 라우브, 긍정적인 라우브, 실존적인 라우브다.(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뮤직테이블 제공
서기 2020년 현재, 이 행성 위에 라우브(Lauv·본명 아리 레프·26) 같은 팝스타는 없다.

이 미국인은 자신을 ‘원맨 보이밴드’라 부른다. 기타 건반 드럼 등 일곱 가지 악기를 자유자재로 주무르며 작사 작곡 편곡을 하는 천재형 가수. 셀린 디옹에게도 곡을 만들어줬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머무는 라우브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민소매 셔츠에 승려처럼 깎은 머리. 그에게 다른 팝 가수와 자신의 차이점을 물었다.

“괴짜에 달걀머리(egghead·인텔리를 얕잡아 부르는 말)라는 것?”

라우브답다. 화가였다면 그는 밥 로스(1942∼1995) 같았을 것이다. 먹을 찍어 툭툭 난이라도 치듯, 기타를 퉁기며 가볍고 산뜻하게 곡을 전개해나간다. 미니멀리즘 팝의 진경(眞境)을 달걀 부치듯 뚝딱 요리한다.

그는 이달 낸 정규 1집 ‘∼how i‘m feeling∼’을 빌보드 앨범차트 16위에 올렸다. 21곡 중 6곡에 앤마리, 트로이 시반 같은 중량급 팝스타를 참여시켰다. 특히 강렬한 단조 발라드 ‘Who’에서는 방탄소년단의 정국 지민과 함께 노래했다. 지난해 방탄소년단의 노래 ‘Make It Right’에 참여한 데 이은 두 번째 협업.

“방탄소년단의 영국 런던 공연에 가서 멤버들과 인사를 나눴고 그 후 그들이 ‘Make It Right’ 참여를 제안했죠. 대단히 기뻤어요. 제 노래 ‘Who’를 방탄소년단에게 보내줬는데 맘에 들어 하더군요.”

라우브와 방탄소년단이 공연 대기실에서 함께한 모습. 라우브 트위터 캡처
라우브와 방탄소년단이 공연 대기실에서 함께한 모습. 라우브 트위터 캡처
라우브는 ‘Who’에 대해 “음울한 편이며 앨범에 하나뿐인 8분의 6박자로서 개성 있는 노래”라고 설명했다. 빌보드 차트에 자신과 나란히 올라 있는 방탄소년단의 앨범 ‘MAP OF THE SOUL: 7’도 흥미롭게 들었다고.

“막간곡과 제목 등 여러 요소가 대단히 실존적이고 색달라요. 흥겨운 사랑 노래와 의미 있는 곡들의 조합 역시 ‘슈퍼 쿨’했어요.”

라우브는 열네 살 때부터 곡을 썼다. 숙제 할 시간에 비트(beat)를 만들었다. 고교 시절엔 밴드 활동을 하며 재즈와 전자음악을 공부했다. 뉴욕대(NYU)에서 음악기술을 전공했다. 작곡가의 삶을 꿈꿨다. 가수의 자질을 발견하고 대학 도서관에서 쓴 곡으로 데뷔했다.

“부전공인 심리학도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어요. 여전히 좋아하는 분야예요.”

밝고 색채감 넘치는 라우브의 음악은 곧잘 우울의 그늘로 추락한다. ‘fuck, i’m lonely’ ‘Sad Forever’ 등. 앨범의 대단원 ‘Modern Loneliness’에서는 ‘내 DNA를 산산조각 내 악마를 제거할 수 있다면’이라 노래한다. 그는 “지난해 1월 우울증과 강박장애 진단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치료사, 친구, 가족, 약물요법 덕에 빠져나왔어요. 꾸준히 명상과 심리치료를 하며 내면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그는 앨범 표지에 6명의 라우브 ‘분신’을 그려 넣었다. 각각 ‘구제불능 낭만파 라우브’ ‘얼빠진 라우브’ 등 이름도 붙였다.

“제 성격의 여러 요소를 형상화해 봤어요. 제작 당시에 느낀 것을 오롯이 담아내는 게 앨범이니까요.”

특출한 스타성을 지닌 그는 특이하게 인디 아티스트의 길을 고집한다. 유니버설, 소니 같은 대형 음반사에 들어가지 않았다.

“제 음악의 모든 권리, 기획·제작의 전권을 갖고 제가 원할 때 음악을 발표할 수 있어 좋습니다. (디지털 기반의) 현재 음악시장에서는 독립예술가로 활동하면서도 큰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믿습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라우브#아리 레프#원맨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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