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DNA는 알고 있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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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처/데이비드 라이크 지음·김명주 옮김/432쪽·2만2000원·동녘사이언스

올해 46세인 저자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물리학을, 영국 옥스퍼드대 세인트 캐서린 칼리지에서 동물학을 전공한 하버드대 의학대학원 유전학과 교수다.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가 2015년 ‘모든 과학 분야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과학자 10명’에 포함시킨 인물이다.

그는 유골 화석에 남아 있는 DNA(유전물질을 담고 있는 세포 내 핵산의 일종)를 검출해 그 유전정보(게놈)를 해독한 뒤 서로 연결하는 방법으로 사라진 옛 인류의 게놈을 복원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원제는 ‘Who We Are And How We Got Here’다.

“게놈 데이터는 2009년부터 고고학 역사학 인류학 언어학 등 여러 분야의 오래 묵은 논쟁을 해결하고 있다. ‘고대 DNA 혁명’이 과거에 대한 우리의 추정을 잇달아 파괴했지만 이 새로운 과학의 영향을 설명하는 책은 전무했다.”

세계 유전학의 최전선에서 바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도전해 볼만한 책이다. 저자는 지난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기원전 2750년부터 기원전 1300년 사이 독일 남부에 거주한 일가족 구성원 사이에 사회적 불평등이 존재했다”는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서문에 “일반 독자와 전문가 모두에게 유익한 책을 쓰려 했다”고 밝혔지만 해당 분야 문외한이 술술 읽어 나가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초청 강연을 마친 뒤 저자에게 “이런 걸 연구하려면 연구비는 어떻게 따내나요”라고 질문했다는 학생의 심정을 넉넉히 짐작할 수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연구비를 신청할 때 나는 ‘인간의 과거가 유전적 다양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그 과거를 이해하는 것이 질병의 위험인자를 찾아내는 과정에서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설명한다. 하지만 실은 다르게 말하고 싶다. 인간 본래의 호기심 자체가 가치 있는 것이 아닌가? 한 종으로서 근본의 탐구를 지고의 목표로 추구해야 하지 않을까?”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믹스처#데이비드 라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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