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연기 불안감 다독여줘야[현장에서/최예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교육부가 3차 개학 연기를 발표한 17일 학교 정문이 닫혀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교육부가 3차 개학 연기를 발표한 17일 학교 정문이 닫혀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최예나 정책사회부 기자
최예나 정책사회부 기자
아이가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 A 씨는 17일 뉴스로 3차 개학 연기 소식을 접했다. 혹시나 했지만 아이의 학교나 담임교사에게서는 아무 연락이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정부가 개학을 연기하자 학교는 2일 아이가 몇 반인지와 담임교사 이름을 공지했다. 같은 날 담임교사는 온라인 학습방을 개설했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이후 3주가 되도록 아무런 연락이 없다. 아이는 “선생님이 누군지 궁금하다”고 했다. A 씨는 ‘선생님도 아이들 얼굴을 모르니 연락하기 어색하겠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서운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요즘 학부모와 학생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에는 “담임교사 연락받으셨나요?”라는 글이 많다. 정부가 3차 개학 연기를 발표한 17일에는 초중고교를 불문하고 이런 질문이 더 많았다. 개학이 3번 연기되도록 끝내 한 번도 연락을 못 받은 이들은 한결같이 “불안하다”고 했다.

누군가는 정식으로 개학도 안 했는데 뭐가 문제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사상 초유’의 상황이다.

누군가는 일하러 가느라 어린 자녀를 혼자 둬야 한다. 누군가는 처음으로 학부모가 된다는 긴장감에 ‘유졸백수’(유치원만 졸업하고 아직 초등학교에 입학 못 한 올해 초1을 가리키는 말)가 된 아이의 일상 걱정까지 해야 한다. 대입을 앞둔 고3은 늦어지는 1학기 학사일정으로 수시 준비가 불안하다. 부모의 손길이 부족한 아이는 친구들마저 볼 수 없는 시간이 길어져 쓸쓸하다. 이런 때 “걱정할 것 없다”고, “금방 만나자”고 해주는 담임교사의 한마디만으로도 큰 안도감을 얻을 수 있다.

불안하고 아쉬워하는 목소리들 사이로 블로그를 통해 엿본 한 교사의 따듯함이 무척 인상 깊었다. 올해 자신이 담임을 맡은 고1 아이들에게 보낸 긴 문자메시지는 이러했다.

“때로는 도와드리고, 때로는 이끌어주며, 때로는 여러분들한테 배울 담임교사입니다. 이름이 ‘동민’이라 ‘돌멩샘∼’ 하고 불러주셔도 영광입니다. 2017∼2019학년도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를 풀어볼 것을 권장합니다. 하루에 1회분을 다 풀면 지쳐서 틀렸던 부분을 다시 볼 힘이 사라지니 자기 리듬에 맞게 나눠 푸시면 좋겠습니다. (중략) 선생님 번호도 저장해주세요^^”

‘벚꽃 개학’은 교사들도 처음 겪는 일이라는 걸 안다. 엉켜버린 학사일정을 조정하느라 바쁘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을 어루만져 주는 교사의 세심함이 절실한 때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몸은 떨어져 있지만, 마음은 더 가까우면 좋겠다. 그만큼 교사와 학생, 학부모 간 신뢰도 돈독해질 것이다.
 
최예나 정책사회부 기자 yena@donga.com
#개학 연기#코로나19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