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장기침체 안돼” 절박함에… 유동성 공급 긴급 처방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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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사상 첫 0%대 기준금리 시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임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은이 임시 금통위를 열고 
금리를 내린 것은 2001년 9·11테러 직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한국은행 제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임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은이 임시 금통위를 열고 금리를 내린 것은 2001년 9·11테러 직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 인하를 단행함에 따라 한국에도 사상 처음으로 ‘0%대 기준금리 시대’가 열리게 됐다. 당장 기업과 가계의 채무 부담이 줄고 시중에 유동성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이 먼저 0%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대폭 낮췄기 때문에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가 희석된다는 점에서 시기가 나쁘지도 않다.

그러나 금리 인하로 인해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은 작지 않은 부담이다. 그럼에도 한은이 긴급 처방에 나선 것은 기존에 발표된 32조 원 규모의 정부 부양책과 더불어 ‘재정·금융 패키지’를 통해 경기 하강에 강력 대응하겠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준 것으로 풀이된다.

○ 한은 “성장 전망 자체가 의미 없는 상황”


이주열 한은 총재는 16일 임시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하 배경에 대해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 시장 불안이 장기화되면 실물 분야로 파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시작된 생산·소비 분야 타격이 금융 시스템을 뒤흔들면 실물경제가 더 큰 타격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한은은 특히 기존 성장률 전망치(2.1%) 달성이 불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올해 성장률이 1%대 또는 그 이하가 될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 총재는 “지금은 성장률 전망이 의미가 없고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만큼 가능하지도 않다”고 했다. 최근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0%로 하향 조정하는 등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올해 1% 성장률도 버겁다고 보고 있다.

정부도 향후 경기에 대해 냉정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메르스 등) 과거 감염병 사태에서 글로벌 경제가 일시적 충격 후 V자 반등을 했지만 (이번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U자, L자 경로마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번 침체가 오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도 “경제심리가 위축되고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 “근본적인 경기 침체 대응엔 역부족”

한은이 역대 처음으로 0%대 기준금리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막상 경기 부양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본적으로 한은이 금리를 내리면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의 이자 부담이 줄어들고 시장의 심리를 호전시키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유동성을 원하는 곳에 직접 공급하지 못하는 통화정책의 특성상 부동산 시장만을 자극하거나 가계부채 확대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이로 인한 경기 침체에 근본적으로 대응하는 데는 사실상 역부족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 때문에 통화정책 완화뿐 아니라 재정 지출을 더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급된 돈이 실물로 가게 하지 못하면 실물경제는 디플레이션, 부동산은 인플레이션으로 양극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추가 조치를 예고했다. 금통위는 이날 성명에서 “국내외 금융·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만큼 앞으로도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추가 금리 인하 또는 채권 매입 등 양적 완화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이 여기서 더 금리를 내릴 경우 자칫 부작용만 커지거나 자본 유출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이건혁 gun@donga.com·김형민·송충현 기자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팬데믹#0%대 기준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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