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축소판, 공항[오늘과 내일/허진석]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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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은 성공적이어도 경기는 어려워… 보건 못지않게 ‘경제적 방역’ 중요

허진석 산업2부장
허진석 산업2부장
공항은 있는데 비행기가 제대로 뜨고 내리지 못하고 있다. 12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김포공항 국제선 부문이 무용지물이 돼 버렸다. 근근이 한두 편씩 뜨던 중국행 비행기가 이날은 한 편도 뜨고 내리지 못한 것이다. 같은 날 알려진 미국 정부의 유럽인 입국제한 조치는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경제 풍파를 앞서 맞고 있는 항공 산업 생태계에 더 혹독한 시련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정장 차림의 비즈니스맨과 여행객들로 늘 북적이던 인천국제공항은 지금 완전 딴판이 됐다. 발권 카운터가 텅텅 비고, 보안검색을 위해 줄을 서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미주 출발 비행기가 있을 때나 잠깐 사람들이 비쳤다가 이내 고요의 바다에 잠긴다는 것이 공항 관계자의 전언이다.

상점은 물론이고 병원과 호텔, 세관과 경찰 기능까지 갖추고 7만 명이 근무하는 인천공항은 도시의 축소판이다. 작년에 인천공항의 하루 여객 평균은 20만 명이 넘었다. 최근에는 그 수가 1만 명대로까지 떨어졌다. 공항 운영을 위해 상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근무자보다 손님이 훨씬 더 적어진,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다.

항공 산업의 핵심인 항공사들의 어려움은 익히 알려진 대로다. 국내 주요 항공사들의 직원들이 3명 중 1명꼴로 휴직을 하고 있을 정도다. 날지 못하는 비행기를 둘 곳이 없어 활주로 곳곳에 비행기를 세워두고 있다. 타격을 먼저 받은 항공사들을 위해 정부는 이미 지난달 중순에 3000억 원 규모의 긴급자금 지원책을 발표했다. 비행기를 빌린 비용과 인건비, 정비비 등은 계속 나가는데, 수입이 없으니 적절한 금융 지원 없이 이런 상태가 오래간다면 버텨낼 재간이 없는 상황이다.

항공사와 공항을 둘러싼 어려운 상황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국가들이 겪고 있는 상황의 축소판이다.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심 때문에 사람들의 교류가 줄면 경제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서 유심히 봐야 할 것은 바이러스 자체의 위험과 그로 인한 경제적 위험은 같지 않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진자 중 많은 이들의 동선에 인천국제공항이 있었지만 아직 인천국제공항 상주 직원 중에서는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방역을 위한 노력이 큰 기여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지는 않더라도 두려움 때문에 공항 경제의 불황은 계속되고 있다. 유동인구가 줄다보니 공항 내 전반적인 소비가 감소한 것이다. 이를 국가적인 차원으로 확대해 보면 방역에 성공하더라도 경제적 피해는 더 오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방역 성공이 경제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면 경제적 피해는 언제쯤 수그러들까. 아마도 경제적 회복의 신호는 코로나19에 대한 치료제나 백신의 개발 소식이 들려야 할 때쯤인 것으로 예상된다. 두려움을 없애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그것들이기 때문이다.

항공사와 공항을 둘러싼 경제적 생태계는 결코 작지 않고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상징성도 작지 않다. 어려움에 처한 항공사들을 대·중소기업 가리지 않고 정부가 지원하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방역은 중요하다. 그리고 경제 주체들이 전환점을 맞이하기 전까지 정부가 체력을 유지토록 돕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허진석 산업2부장 jameshur@donga.com
#코로나19#항공 산업#경제적 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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