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국면 두 車 노조의 선택[현장에서/김도형]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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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자동차 노조원들이 올 1월 상경투쟁에 나선 모습.
르노삼성자동차 노조원들이 올 1월 상경투쟁에 나선 모습.
김도형 산업1부 기자
김도형 산업1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온 국민이 시름하고 있다. 산업계도 직원의 확진으로 갑작스레 공장을 세우는 일들을 경험하고 있다. 위기 극복을 위해 기업들은 기부금은 물론이고 연수시설을 생활치료 시설로 제공하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 업계에서는 두 회사 노동조합의 서로 다른 대응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9일 회사와 함께 헌혈 캠페인에 나섰다. 노사가 직접 팔 걷어 헌혈하고 지역 취약계층을 위한 마스크 4만 장도 내놓았다.

현대차는 코로나19 사태 초반부터 중국에서 수입하던 전선 부품 공급 중단으로 전 공장을 상당한 기간 세우는 등 홍역을 치렀다. 휴업에 합의한 현대차 노조는 회사가 일부 부품을 중국에 의존한다는 점을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자 태도가 달라졌다. 노사가 함께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는 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이번 사태가 전 지구적 재앙이고 어느 누구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고 선언했다. 노사가 따로 없으니 위기를 극복하는 대응책 마련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지난 주말부터는 그동안 부족했던 생산을 따라잡기 위한 특근도 재개했다.

이날 통화한 이상수 현대차 노조위원장(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은 “현대차는 국민 그리고 지역주민과 함께 갈 수밖에 없는 기업”이라며 “헌혈 캠페인과 마스크 전달은 한국 대표 노조로서 희망적인 메시지를 줄 수 있는 활동을 고민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가장 강성인 노조 중 하나였던 현대차 노조의 태도가 바뀐 건 한국 제조업이, 그중에서도 자동차산업이 정말 유례없는 위기를 맞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같은 자동차업계에 몸담고 있는 르노삼성차 노조는 아직도 회사와 ‘투쟁’ 중이다. 해를 넘기는 싸움 끝에 지난해 6월 노사는 2018년 임금단체협상을 끝냈지만 9월부터는 2019년 임금 협상으로 다시 싸우고 있다. 노조는 그동안 벌였던 파업에 대한 임금보전까지 요구하고 있다.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자 노조는 민노총 금속노조에 가입하는 총회를 열겠다고 했다가 여론이 나빠지자 ‘당분간’ 철회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햇수로 3년에 걸친 ‘투쟁’이 이뤄지고 있는 동안 르노삼성차는 연간 10만 대에 이르던 일본 닛산 위탁 생산 물량을 잃었다.

한국 자동차산업은 위기다. 4차 산업혁명으로 판이 바뀌고 있어 기존 차 산업은 안 그래도 위기였으나 코로나19 사태로는 공장이 가장 먼저 멈췄고 소비가 급락하면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현대차에서 그랬듯 확진자가 생기면서 언제 공장이 멈출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투쟁도 곳간이 풍족할 때 해야 한다. ‘강성’ 현대차 노조의 변신을 르노삼성차 노조가 눈여겨볼 때다.
 
김도형 산업1부 기자 dodo@donga.com
#코로나19#현대자동차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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