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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질환자 감염땐 순식간에 악화… 서둘러 찾아내 입원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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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질환자 감염땐 순식간에 악화… 서둘러 찾아내 입원시켜야

박성민 기자 , 대구=장영훈 기자 , 사지원 기자 입력 2020-03-04 03:00수정 2020-03-0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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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비상]
여전히 사각지대 놓인 고위험군
경증환자 237명 농협 경주교육관 입소 3일 오후 경북 경주시 농협 경주교육관에 도착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들이 무균 소독실로 들어가고 있다. 농협 경주교육관에서는 병상이 부족해 집에서 대기하던 코로나19 경증 환자 237명이 치료를 받는다. 경주=뉴스1
2일 오후 1시경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응급실. 호흡 곤란으로 길에서 쓰러진 A 씨(83)가 실려 왔다. 그는 치매를 앓고 있었다. 이송 당시 심한 저체온으로 위중한 상태였다. A 씨는 증상 발현 뒤 하루를 채 버티지 못하고 3일 오전 11시 47분 숨졌다. 사망 전 진행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에 양성 반응이 나왔다. 코로나19로 숨진 30번째 사망자다.

정부가 중증 환자의 사망률을 낮추는 ‘피해 최소화’로 코로나19 대응 전략을 수정했지만 기저질환자들은 여전히 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고령자와 만성질환자, 장기 이식 환자 등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우선 입원시키겠다고 했지만 놓치는 환자가 적지 않다. 병상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같은 고위험군 안에서도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 고령 중증환자 여전히 사각지대


3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사망자 31명 중 30명이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질환을 앓거나 암, 신장질환 등이 있는 기저질환자다. 나머지 한 명은 세 번째 사망자(41)로 남성이다. 전체 사망자 중 60대 이상이 24명이다. 고령자의 피해가 컸다. 이 중에는 대구경북 지역의 병상 포화 상태가 열흘 넘게 지속되면서 입원을 기다리던 중 숨진 환자들도 있다. 일부 사망자는 자신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사실조차 모르고 사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초기 사망자 중 상당수는 감염 경로가 대체로 밝혀졌다. 하지만 최근 사망자들은 언제 누구에게서 바이러스가 옮았는지 모르는 사례가 많다. 3일 오전 숨진 77세 남성(29번 사망자)도 비슷한 경우다. 그는 지난달 29일 호흡 곤란으로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당뇨와 고혈압을 앓았고 내원 당시 폐렴 증세를 보였다. 같은 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1일부터 중환자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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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숨진 환자들은 감염 경로를 밝혀내기도 쉽지 않다. 본인에게 동선을 확인할 수 없고 가족 이외 접촉자를 추적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기저질환이 있으면 코로나19를 의심하기 어렵고, 상태가 나빠져도 기저질환이 악화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숨은 감염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 확진 후 사망까지 평균 4일


의심 환자들이 검사나 치료 기회를 놓치는 것도 문제다. 지난달 28일 숨진 14번째 사망자 이모 씨(69·여)는 22일 기침 등 감기 증세를 보였지만 즉시 검사를 받지 못했다. 25일 대구 서구보건소를 찾았지만 중국을 방문한 적이 없고 신천지예수교(신천지) 교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검사를 받지 못한 것.

당뇨와 고혈압, 고지혈증 등을 앓고 있던 이 씨는 감기약을 먹고 버텼다. 하지만 27일 열이 38.5도까지 오르는 등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이날 대구의료원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하지만 다음 날 오전 5시경 호흡 곤란을 일으켜 응급실로 이송됐다. 이 씨는 사후 확진 판정을 받았다.

기저질환자들의 사망을 최소화하려면 이들을 조기에 포착하는 게 중요하다. 사망자들은 확진 후 평균 4일 만에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초기 치료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에는 중증도 분류 단계부터 선제적으로 검사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반드시 입원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중증도 분류 기준 명확해야


중증도 분류 과정에서 기저질환을 놓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일부터 바뀐 ‘코로나19 대응 지침’에서도 단순 기저질환자는 여전히 ‘경증’으로 분류돼 있다. 물론 65세 이상이거나 당뇨, 만성 간질환, 만성 폐질환, 암 환자, 혈액 투석·장기 이식 환자 등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혼란스럽다는 얘기가 나온다.

현재 자가 격리 중인 확진자 중 기저질환자를 찾아내 이송하는 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대구시에 따르면 3일 0시 기준 지역 확진 환자 3601명 중 병원에 입원한 사람은 1241명이다. 대구시는 자가 격리 환자 중 기저질환이 있거나 고령인 260명을 입원 대상으로 정해 우선 90명을 입원시켰다.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전화 상담 등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감기 등 증세가 미미한 경우에는 병원에 가지 않고 전화 상담이나 처방을 받도록 했는데 기저질환자들도 이런 기회를 갖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면역이 떨어지거나 고령인 환자들은 감염되더라도 열이 안 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놓치는 환자가 없도록 기저질환자 포착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에볼라 치료제인 ‘렘데시비르’ 임상시험 3상 신청을 신속하게 허가함에 따라 국내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 약은 서울의료원, 경북대병원, 국립중앙의료원에서 투여될 예정이다.

박성민 min@donga.com / 대구=장영훈 / 사지원 기자


#코로나19#고령 중증환자#기저질환자#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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