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미군기지 타격능력 시험? 北, 단거리 발사체 기습 도발 의도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일 21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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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량 확산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을 겨냥해 기습 발사한 단거리 발사체의 실체와 도발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군은 발사체의 정점고도(약 35km)와 비행거리(약 240km)를 감안했을 때 지난해 10여 차례 발사된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의 일종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7월 31일 쏴 올린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정점고도 30km, 비행거리 250km) 및 같은 해 8월 16일 발사한 북한판 에이태킴스(정점고도 30km, 비행거리 230km)와 비행 제원 및 패턴이 매우 유사해 두 기종 가운데 하나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그간 성능 개량을 강조한 초대형방사포(KN-25)일 개연성도 주목하고 있다. 북한은 이날 원산 인근의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20초 간격으로 발사체 2발을 쏴 올렸다. 제2차 북-미 베트남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의 발사체 도발을 통틀어 가장 짧은 시간에 연속 발사에 성공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초대형방사포의 시험 발사를 잇달아 참관하면서 연사 능력을 향상시키라고 거듭 지시한 바 있다. 이후 초대형방사포의 연사 간격은 19분에서 3분으로 줄어든 뒤 지난해 11월 28일 발사 때는 30초까지 줄어들었다. 군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초대형방사포의 연사 시간을 더 단축하는 ‘전투력 테스트’를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날 도발은 대남 핵심 표적을 겨냥한 타격 훈련인 것으로 보인다. 발사체의 비행거리를 남쪽으로 돌리면 경기 평택 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에 거의 정확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거리를 30km가량 더 늘리면 F-35A 스텔스 전투기가 배치된 충북 청주 공군기지가 타격권에 들어온다. F-35A는 유사시 북한의 핵·미사일 기지와 TEL을 선제타격하는 군의 대북 핵심 전략무기다. 군 관계자는 “비행고도를 30km 안팎으로 조정한 것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의 요격망을 돌파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은 지난달 28일 ‘하노이 노딜’ 1주년이 지났지만 새 협상법을 내놓지 않는 미국을 향한 경고라는 분석이 많다. 11월 미 대선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는 상황에서 고착화된 북-미 상황에 변화를 주려는 의도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말 마라톤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전략무기’ ‘충격적 실제 행동’을 예고한 만큼 미 정찰기 등의 대응태세를 떠보는 동시에 한미가 코로나19 여파로 연합훈련의 무기 연기를 결정했지만 이로는 부족하다는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보건 분야의 남북 협력을 강조한 다음 날 도발을 강행한 점에서 남북 대화의 선 긋기를 재확인했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의 도발에도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이날 통일부 창설 51주년 축사를 통해 “북한 지역 개별 관광, 비무장지대(DMZ) 국제평화지대화, 남북 철도 연결은 현 상황에서 실현 가능하고 남북 모두에 도움이 되는 협력 사업”이라며 남북 협력을 재차 강조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관련국들에게 어렵게 얻은 긴장 완화 국면을 소중히 여기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을 호소한다”며 북한에 우회적으로 자제를 촉구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황인찬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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