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복기 전염력 있다면 방역 통째 바꿔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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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독감처럼 증상 없어도 감염 가능성… 기존 코로나바이러스 상식 뒤집혀
발열-증상 따지는 공항검역 무력화… 접촉범위 넓게 잡고 격리 강화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미스터리 감염’은 병의 확산 기세를 가르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증상 감염이나 출처 불명 감염이 늘어난다면 기존의 방역 체계로 대응하기에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무증상 감염의 가능성에 대해 그동안 상당수 전문가는 “코로나바이러스라면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주장해왔다. 무증상 감염은 환자 몸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초기인 잠복기에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감염시키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의 감염병은 무증상 감염이 드물다. 잠복기에는 몸속에서 바이러스와 면역계가 처음 만나 맞서 싸우느라 바이러스의 양이 타인에게 전염될 만큼 많지 않기 때문에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에서 무증상 감염이 등장하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우한 폐렴의 무증상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우세해졌다. 만약 우한 폐렴의 무증상 감염이 가능하다면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기존의 상식을 뒤집게 된다. 우한 폐렴은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이다. 같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인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 현재까지 학계에서 잠복기간 중 전염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

다만 감염병 중에도 예외는 있다. 홍역, 수두, 인플루엔자 독감이다. 특히 인플루엔자 독감은 열이 나기 1, 2일 전에도 전염성이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예외적인 감염병처럼 우한 폐렴도 잠복기간 중 전염력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29일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도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다.

우한 폐렴의 무증상 감염이 확인되면 한국은 물론이고 각국 정부는 방역 정책을 바꿔야 한다. 우선 발열과 호흡기 증상 여부를 따지는 현재 공항 검역 수준을 강화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가 확진환자 접촉자, 우한 방문자 등에게 “증상이 나타나면 신고하라”고 하는 능동감시 대상자 모니터링 방식도 바꿔야 한다. 확진자의 접촉자를 따질 때도 기존에는 ‘증상 발현 이후’ 만난 접촉자만 따졌다면 앞으로는 ‘감염 시점’을 추산해 접촉자 범위를 훨씬 넓게 잡아야 한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무증상 감염자가 있다면 우한 폐렴은 감기처럼 번질 수 있는 것”이라며 “지정병동이나 선별진료소 등의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우한 폐렴이 예상보다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자가격리 강화 등 적극적인 방역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송혜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무증상 감염#방역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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