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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임기 규제, 선진국 유례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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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임기 규제, 선진국 유례없어”

서동일 기자 , 김정훈 기자 , 김현수 기자 입력 2020-01-15 03:00수정 2020-01-15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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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한 곳서 6년 제한’ 반발… 美선 51년-20년 맡는 경우도
“전문성 외면… 자율성 침해 과도”… 총수 취업제한-국민연금 경영개입
기업 옥죄는 시행령 개정 잇따라
“‘대혼란’이란 표현도 부족하다. 3월 주주총회 전까지 상장회사마다 신임 사외이사를 찾아야 하는데 찾아지겠나. ‘대란’이 뻔히 보인다. 가뜩이나 안팎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데 정부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법을 만들어 시행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정부가 당초 1년 동안 유예하기로 했던 상법 시행령 개정안을 강행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14일 4대그룹 관계자는 이렇게 토로했다. 그는 “이대로라면 한국은 세계 주요국 가운데 법으로 사외이사 임기를 제한하는 유일한 나라가 된다”라며 “사외이사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서라는 게 정부 설명인데 6년 이상 한 기업에 사외이사로 재직하면 독립성이 훼손된다는 근거는 대체 뭔가”라고 반문했다.

법무부는 당초 입법예고 후 법제처에 개정안을 넘기는 과정에서 경제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해 사외이사 연임을 제한하는 규정 등 일부는 1년간 유예할 방침을 세웠다. 법무부 관계자는 “금융위원회 등 관계 기관들이 여당과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유예 방침이 철회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지난해 10월 법무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상법 시행령이 개정안대로 시행되면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임기 제한 규정에 따라 새로 뽑아야 하는 사외이사는 최소 566개사 718명이다. 이는 전체 사외이사(1432명)의 50.1%다. 재계는 사외이사 제도가 시작된 미국은 물론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 어디에도 기업의 사외이사 임기를 정부가 정하는 나라는 없다고 성토했다. 그간 기업 이사회가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사외이사 임기까지 규제하는 것은 과도한 자율성 침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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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미국에는 사외이사의 경쟁사 겸임 금지 조항이 있는 대신 기간 규정은 없다. 따라서 장기 근무한 사외이사가 적지 않다. 미국 애플에서 20년째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아서 레빈슨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글로벌 가구회사 레깃앤드플랫에서 51년째 사외이사를 맡은 로버트 엔로 씨 등이 대표적이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사외이사를 너무 오래하면 기업과 유착관계가 생기는 등 폐단이 있을 수 있지만 거꾸로 전문성을 발휘해 회사와 주주를 위해 필요한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고 했다.

정부와 여당은 상법 시행령 외에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된 시행령 개정안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배임 등으로 유죄를 받은 기업 총수의 취업 제한을 골자로 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 시행령이 시행된 데 이어 지난해 12월 말에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는 ‘국민연금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이 의결됐다.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권에 지금보다 훨씬 쉽게 간섭할 수 있도록 이른바 ‘5%’룰을 완화하는 자본시장시행령도 곧 법제처 심사를 거쳐 내달 초 시행될 예정이다.


서동일 dong@donga.com·김정훈·김현수 기자
#사외이사#임기 규제#상법 시행령 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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