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매직’ 시작이던 U-23챔피언십, 베트남을 또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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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월 8일 0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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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AFC U-23 챔피언십은 ‘박항서 매직’의 시작이었다. 그들을 다시 주목해야한다. © News1
2018 AFC U-23 챔피언십은 ‘박항서 매직’의 시작이었다. 그들을 다시 주목해야한다. © News1
박항서 베트남 U-23 축구대표님 감독이 17일 오전 경남 통영시 통영체육관에서 인터뷰 후 선수들과 실내훈련을 하고 있다. 2019.12.17/뉴스1 © News1
박항서 베트남 U-23 축구대표님 감독이 17일 오전 경남 통영시 통영체육관에서 인터뷰 후 선수들과 실내훈련을 하고 있다. 2019.12.17/뉴스1 © News1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축구가 손을 맞잡고 아시아 전역에 돌풍을 일으키기 시작한 출발점은 지난 2018년 1월 중국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이었다. 앞서 2017년 겨울 베트남 축구협회와 계약을 체결, 베트남 A대표팀과 U-23대표팀의 지휘봉을 동시에 잡았던 박 감독의 데뷔 무대였다.

그때는 주목도가 크지 않았다. 당시 베트남은 4번 시드를 받았던 팀이다. 시드는 2016년 AFC U-23 챔피언십 성적을 기준으로 나눈 것인데 베트남은 오만, 말레이시아, 팔레스타인 등과 함께 최약체로 분류됐다.

공교롭게도 베트남은 김봉길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한국과 함께 D조에 속했고 1차전에서 한국을 만나 1-2로 패했다. 1점 차 스코어만 보고 베트남을 향해 ‘선전’이라는 평가가 나왔는데 결과적으로 섣부른 평가였다. 이후 베트남은 모두의 예상을 비웃었다.

2차전에서 한국과 조 선두를 다툴 것이라던 호주를 1-0으로 꺾은 베트남은 3차전에서 시리아와 0-0으로 비기면서 토너먼트에 올랐다. 그리고 8강에서 이라크, 4강에서 카타르를 모두 승부차기 끝에 따돌리고 결승까지 진출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수비만하며 억지로 버틴 것도 아니다. 이라크전은 3-3 동점 후 치른 승부차기였고 카타르와의 4강도 2-2까지 진행된 뒤 승부차기로 돌입했다. 결승에서도 베트남은 우즈벡에 1-2로 석패했다. 연장 후반까지 119분을 잘 싸웠으나 120분에 결승골을 허용해 1-2로 무릎을 꿇었던 통한의 아픔이었다. 당시 우즈벡은 4강에서 한국을 4-1로 대파했던 강호였다.

대회 후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과 2018 스즈키컵 우승, 그리고 2019년 동남아시안(SEA)게임 우승 등 베트남 축구사를 새로 쓰고 있다. 베트남이 ‘동남아시아의 월드컵’이라 불리는 스즈키컵 정상에 오른 것은 10년 만이고, ‘동남아시아의 올림픽’으로 통하는 SEA게임 남자축구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은 60년 만의 쾌거였다. 그야말로 승승장구 중이다.

2020년 1월, 이제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바라보는 시선은 2년 전과 사뭇 달라졌다. 내부의 자신감도 변했고 주위의 경계 시선도 1~2년 전과는 딴판이 됐다. 그런 베트남이 다시 AFC U-23챔피언십에 나선다.

통산 4번째를 맞이하는 ‘2020년 AFC U-23 챔피언십’이 오는 8일부터 26일까지 태국 일대에서 개최된다. 이번 대회는 2020 도쿄올림픽 본선 티켓이 걸린 아시아 지역예선을 겸하고 있어 지난 대회보다 더 큰 관심이 향하고 있다. 대회에 걸려 있는 본선 티켓은 총 3장. 최소한 준결승까지는 올라야하고 개최국 일본이 4위 이하에 그친다면 3위안에 들어야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을 수 있다.

베트남은 이번 대회를 통해 사상 첫 올림픽 본선에 도전한다. 예전의 베트남 축구라면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겠으나 박항서 감독과 나가는 대회마다 마법 같은 성과를 내고 있으니 섣부른 전망이 조심스럽다. 일단 편성은 좋다.

지난 대회 준우승 자격으로 톱시드를 받은 D조의 베트남은 북한, 요르단, 아랍에미리트와 조별리그를 치른다. 베트남이 충분히 해볼 만한 상대라는 평가다. 일단 조별리그만 통과하면 단판 승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으니 보나 높은 곳도 가능하다.

지난해 12월 통영에서 만난 박항서 감독은 2년 만에 다시 출전하는 AFC U-23 챔피언십과 관련한 질문에 “2018년 중국에서 열린 대회는 부임한 지 3개월 만에 나선 대회다. 그때는 선수들 이름도 잘 외우지 못한 상태에서 출전했는데 운이 좋아서 준우승까지 했다”고 겸손하게 말한 뒤 “내가 베트남에 와서 처음 성과를 낸 대회이기에 기억이 많이 난다”고 회상했다.

사실상 ‘박항서 매직’의 시작을 알렸던 기분 좋은 무대이기에 또 한 번 흐름을 이어가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박 감독 역시 “이번 대회는 도쿄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대회라 베트남 팬들도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준비를 잘하겠다”고 에둘러 욕심을 드러냈다.

근래 나가는 대회마다 ‘기본이 4강’인 베트남이다. 그 ‘기본’을 다시 해낸다면 베트남 축구사 최초의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세울 수 있다. 베트남을 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C조 한국과 D조 베트남은 8강에서 만날 수 있다. 서로 일찍 충돌하지 않으려면 공히 1위를 하거나 나란히 2위를 해야 한다. 한국이 C조 1위, 베트남이 D조 2위(혹은 한국이 C조 2위 베트남이 D조 1위)로 조별리그를 마치면 묘한 만남이 성사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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