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암살자’ 리퍼, 솔레이마니 제거작전에도 동원

  • 뉴시스
  • 입력 2020년 1월 4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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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를 공습해 폭사시키면서 양국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솔레이마니의 공습에는 미국의 최첨단 무인정찰기 MQ-9 리퍼 드론이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란혁명수비대에서 해외 공작을 총괄하는 솔레이마니는 피습 당일인 3일 새벽 일행과 함께 시리아에서 비행기를 타고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 공항에 도착해 친(親)이란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하시드 알 아사비(PMF) 부사령관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의 환대를 받았다.

솔레이마니와 알무한디스 일행은 잠시 후 공항 주기장에 대기하고 있던 차량 2대에 나눠 타고 공항 밖으로 나가는 진입로를 지나던 중 미군 합동특수전사령부가 띄운 리퍼가 발사한 최대 4발의 헬파이어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솔레이마니와 알무한디스가 탑승한 차량에는 2발의 미사일이 명중했고 두 사람 모두 그 자리에서 숨졌다. 대형 폭발로 솔레이마니의 시신이 새카맣게 타 그가 평소 착용하던 혁명수비대 장교 반지로 겨우 신원을 확인했다. 미국의 공습으로 두 사람을 포함해 이란과 PMF 간부 10명 가량이 사망했다.

리퍼는 최대 항속거리가 1852㎞에 달한다. 원격 조정으로 1000㎞가 넘는 곳에 있는 목표물을 제거할 수 있는 셈이다. 항공 전문가들은 목표물들이 ‘침묵의 암살자’라고 불리는 리퍼가 접근하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리퍼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를 제거할 때도 동원됐다.

NYT는 국방부가 솔레이마니의 움직임을 추적하기 위해 정보 제공자, 정찰기, 기타 감시 기법 등 고도의 기밀 정보를 총동원했다고 전했다.

중동 지역에서 이란의 영향력 투사를 총괄하는 솔레이마니는 지난 수십년간 서방과 이스라엘, 아랍국가들의 제거 대상으로 꼽혔고 수차례 공격을 받아왔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조지 W.부시 전 대통령은 확전을 우려해 제거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솔레이마니의 제거를 승인한 것은 솔레이마니가 미국의 이익에 대한 향후 공격을 계획하기 위해 바그다드로 가고 있다는 첩보가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솔레이마니가 지난달 27일 미국 민간인 사상자를 발생시킨 이라크내 연합군 기지에 대한 로켓 공격을 지휘하고,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관에 대한 공격도 승인했다는 점도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미국 고위 관리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27일 미국인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이후 이번 작전을 가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친이란 이라크 시이파 민병대 카타이브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을 승인하면서 솔레이마니의 제거도 함께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작전을 비밀리에 진행했다. 당사국인 이라크는 물론 영국 등 서방 우방국에게 뚜렷한 경고 없이 제거작전을 단행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주요 군사작전에 대해 사전 보고를 받는 민주당 중진 의원들에게도 이번에는 사전 보고를 하지 않았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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