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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외국석학 눈에 비친 한국 정치의 ‘복수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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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외국석학 눈에 비친 한국 정치의 ‘복수 문화’

동아일보입력 2020-01-04 00:00수정 2020-01-05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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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석학으로 한국에만 100여 번을 다녀간 기 소르망은 4일자 동아일보 신년 인터뷰에서 “한국 정치가 복수에 함몰돼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는 일은 놀라운 일”이라며 “정권 교체는 복수가 아닌데, 선거마다 복수가 이루어진다. 이런 내전의 분위기가 민주주의의 작동을 방해한다”고 말했다. 우물 안에서 내가 옳으니 네가 옳으니 다투느라 미처 떠올려보지 못한 우리 전체의 모습이 우물 밖에서는 어떻게 비치는지 보여주는 말이다. 기 소르망만이 아니라 어느 외국 학자라도 비슷한 평가를 했을 듯하다.

잘못된 제도를 고치는 것보다는 전 정권의 사람들을 적폐로 몰아 청산하는 데 더 집중하는 과정이 외국인의 눈에 복수로 비칠 만하다. 청와대의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 정권이 바뀌면 또 줄줄이 감옥에 가는 상황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다. 그 두려움이 집권 세력으로 하여금 권력을 놓치면 끝장이라는 조바심을 갖게 해서 온갖 무리수와 폭주를 불러오는 것이다.

과거 조선의 역사는 피비린내 나는 사화(士禍)의 반복이 끼친 폐해를 가르쳐주고 있는데 지금 우리가 비슷한 복수의 수레바퀴를 돌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기 소르망은 “민주주의는 권력 행사가 아니라 반대편에 대한 존중이 중요하다”며 “반대편에 대한 존중이 한국 정치에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항쟁을 통해 어렵게 민주주의를 이뤘지만 여전히 민주주의가 서 있는 토대인 반대편에 대한 존중의 정신은 희박한 듯하다. 전근대적인 복수 문화를 극복해야 한국 정치의 미래가 있다.


기 소르망은 진보세력이 적대시하는 재벌 체제에 대해서도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그는 “재벌이 현재 한국의 위상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고, 그 역사적인 기능을 이해해야 한다”며 “재벌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몇몇 직종에서 재벌이 독점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이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때 재벌 체제의 경쟁력을 인정하면서 어떻게 변화된 경제 환경과 준법 질서에 맞게 개혁할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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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소르망#한국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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