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편향 민주당 경선에 ‘블룸버그 변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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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뉴욕시장, 美대선도전 공식선언
“트럼프 물리치고 미국 재건할것”… 자금력 바탕 대대적 세몰이 예고
워런-샌더스보다 중도층에 어필… 트럼프 이은 ‘부호 대통령’은 부담
블룸버그뉴스 ‘대선보도 자제’ 밝혀

‘억만장자’ 마이클 블룸버그 전 미국 뉴욕시장(77·사진)이 24일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현재 18명이 각축 중인 야당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판도에도 파장이 일기 시작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물리치고 미국을 재건하기 위해 대선에 출마한다. 그의 무모하고 비윤리적인 행동을 4년 더 감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을 ‘실천가(doer)’ 겸 ‘문제 해결자(problem solver)’로 지칭했다. 웹사이트에 올린 1분 49초짜리 동영상에서도 자신이 ‘민주당원의 새로운 선택’임을 강조했다.

그의 출마 선언은 엘리자베스 워런,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 강경 좌파 후보가 주도하는 민주당 경선의 무게 중심을 ‘우클릭’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부유세 도입을 주창하는 워런과 샌더스 의원은 중도층 유권자를 포섭하기가 쉽지 않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본인과 아들의 우크라이나 스캔들 의혹으로 고전하고 있고 ‘37세 신예’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도 행정 경험 부족 등의 우려로 트럼프 대통령과의 양자 대결에서 압도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9개월 전 불출마 의사를 밝혔던 블룸버그 전 시장이 이를 번복하고 다시 대선전에 뛰어든 이유다.

다만 금권정치를 한다는 비판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또 다른 부자 대통령의 탄생 가능성에 대한 비난은 걸림돌이 되고 있다. 고령, 신선하지 못한 이미지, 민주당과 공화당을 오간 과거 정치 이력 등 약점도 적지 않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또 후발주자의 약점을 만회하기 위해 다음 주부터 대대적인 TV 광고를 통해 세몰이에 나선다. 그는 내년 2월 초 아이오와, 뉴햄프셔, 네바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선거인단 수가 적은 4개 주 경선을 포기하고 538명의 선거인단 중 가장 많은 수가 걸려 있는 캘리포니아(55명)와 텍사스(38명) 등에 집중하겠다는 전략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주(社主)의 출마를 맞이한 블룸버그뉴스는 이날 “일상적 선거 보도 외에 블룸버그 전 시장과 민주당 경선 후보에 대한 탐사보도를 하지 않겠다. 당분간 사주가 관여하는 편집위원회를 중단하고 무기명 사설도 싣지 않겠다”고 밝혔다. 편집권 독립 논란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다만 이 매체의 논설위원 중 일부는 블룸버그 전 시장의 선거 캠프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1942년 보스턴 근교에서 러시아계 유대인 이민자의 후손으로 태어났다. 존스홉킨스대와 하버드대 경영학석사(MBA)를 거쳐 월가에서 채권 중개인으로 일했다. 1981년 금융정보 전문매체 블룸버그뉴스를 창업해 올해 9월 포브스 추정 534억 달러(약 62조7450억 원)의 막대한 부를 쌓았다. 2002∼2013년 미국 최대 도시 뉴욕에서 3선(選) 시장을 지내며 9·11테러 후폭풍을 잠재우고 행정가로서의 능력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미국#블룸버그#억만장자#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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