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일자리 참여 노인들 “돈이 문제가 아냐…일 시작한 후 더욱 즐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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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1월 25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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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같은 영감들한텐 돈이 문제가 아니에요. 출근해서 일할 수 있다는 게 좋은 거지.”

22일 오후 경기 군포시 군포시니어클럽에서 만난 정영화 씨(80)는 셔틀콕의 깃털을 하나하나 손으로 매만지며 불량품을 찾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시장형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정 씨는 일주일에 세 번, 하루 3시간 동안 군포시니어클럽의 셔틀콕 공동작업장에서 셔틀콕 검수(檢受)를 한다. 이렇게 해서 한 달에 쥐는 돈은 약 22만 원. 정 씨는 “이 돈으로 손주들에게 용돈을 나눠줄 수 있어 좋다”며 웃었다.

노인 빈곤을 완화하고 좀 더 여유 있는 노후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2004년부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인일자리 사업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6년 42만 개였던 노인일자리는 올해 64만 개로 늘었다. 내년에는 74만 개, 2021년에는 80만 개로 늘어날 계획이다.

이날 군포시니어클럽에서 열린 노인일자리 현장간담회에 참석한 노인들은 “일하기 시작한 후 삶이 더욱 즐거워졌다”고 입을 모았다. 이 자리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참석했다.

김현숙 씨(72·여)는 일주일에 두 번 어린이집을 찾아 인형극을 한다. 김 씨는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게 내게도 큰 즐거움”이라며 “소품을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이 쉽진 않지만 힘들다 생각하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건강도 좋아졌다. 김 씨는 “일을 시작한 후 건강이 좋아져 그동안 먹던 약도 끊었다”며 웃었다.

올 3월부터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박영호 씨(73)도 “손자 손녀와 마찬가지인 아이들 덕분에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박 씨는 “일이 재미있어 근무시간 후에도 도서관이나 서점에 들러 동화책을 들여다본다”며 “최근엔 오카리나를 배워 아이들에게 동요도 연주해준다”고 덧붙였다.

노인이 노인을 돌보기도 한다. 임옥자 씨(75)는 군포시니어클럽에서 노인일자리를 상담, 안내한다. 연 2회 관내 독거노인을 방문해 치매검사를 하기도 한다. 임 씨는 “경제적으로도 보탬이 되지만 나이가 많아도 사회에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어 보람차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노인의 상대빈곤율(65세 이상 노인 중 중위소득 50% 미만 노인의 비율)은 43.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노인인구의 연금수급률은 46%에 불과해 빈곤한 노인이 상대적으로 많다. 노인일자리 사업은 빈곤노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의 하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7 노인일자리 정책효과 분석연구’에 따르면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노인의 가구빈곤율은 참여 전 82.6%에서 참여 후 79.3%로 3.3%포인트 감소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노인일자리에 참여한 노인은 참여하지 않은 노인에 비해 우울감이 낮았고 자아존중감과 삶의 만족도는 높았다. 1년간 의료비 지출도 일자리사업에 참여한 뒤 약 85만 원을 덜 쓴 것으로 나타났다.

박 장관은 “노인일자리는 단순히 소득에 보탬이 되는 것을 넘어 노인 삶에 활력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더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일자리를 늘리면서 급여도 올려 더 보람을 느끼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군포=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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