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소설가, 혐한 언론에 “‘일제 강제징용’ 판결문부터 읽어라”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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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0월 11일 15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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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가 히라노 게이치로 (히라노 게이치로 페이스북) © 뉴스1
일본 소설가 히라노 게이치로 (히라노 게이치로 페이스북) © 뉴스1
일본 작가 히라노 게이치로(平野啓一郞·44)가 ‘혐한’(嫌韓) 감정을 부추기는 자국 매체들을 향해 “옛 징용공(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한 한국 대법원 판결부터 읽어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히라노는 11일 보도된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인이란 이유만으로 눈빛을 바꾸고 규탄하는 건 참을 수가 없다. 화가 날뿐더러 몹시 마음 상하는 일”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히라노는 특히 “한국 관련 문제가 생기면 미디어에서 무책임하게 반감을 부채질하고 혐오감·적의를 배출한다”면서 “(TV 프로그램에선) 한국 대법원 판결문도 읽지 않은 듯한 출연자가 논평하도록 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히라노는 “(판결문엔) 기술을 배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노동자) 모집에 응했다가 위험도 높은 노동환경에서 처해 임금도 못 받고 ‘도망치고 싶다’고 했다가 맞았다(는 얘기가 나온다)”면서 “비참하다”고 말했다.

한국 대법원은 작년 10월부터 일본제철·미쓰비시(三菱)중공업·후지코시(不二越) 등 일본 전범기업들을 상대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을 명령하는 판결을 잇달아 내렸다.

일본 정부는 그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고, 일본 내 보수·우익성향 매체들은 이에 편승해 노골적으로 혐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보도 등을 내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히라노는 “노동자는 소중히 해야 한다는 가치관을 갖고 있다면 징용 판결문을 읽고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그들(징용 피해자)의 처지를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히라노는 징용 피해자 이춘식 옹(95)의 인터뷰를 읽었을 땐 자국에 와 있는 “(외국인) 기능실습생 문제가 겹쳐졌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일본에선 최근 히타치(日立)제작소 등 일부 기업들이 기능실습생 자격으로 입국한 외국인에게 기술교육 대신 장시간 단순노동만 시켜온 사실이 드러나 당국의 행정처분을 받았다. 특히 건설회사에서 일한 베트남 출신 기능실습생 중에선 지난 2011년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福島) 지역의 방사능 제염 현장에 투입됐다가 피폭된 사례도 있었다.

히라노는 “사람은 ‘속성’(屬性)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 한 사람의 인간을 봐야 한다”며 “대립을 부추기는 사람들은 ‘저 사람은 한국인’이라고 범주화한다. 그러나 그런 범주에서 벗어나 상대방의 인생을 보면 공감할 수 있는 게 얼마든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히라노는 1999년 소설 ‘일식’(日蝕)으로 아쿠타가와(芥川)상을 수상했으며, 약 20편에 이르는 작품이 한국어로 번역·출간돼 한국에도 적잖은 팬을 갖고 있다. 그는 현재 한국·중국·일본의 작가들이 참여하는 동아시아문학포럼의 일본 측 대표도 맡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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