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경찰 실탄 맞은 18세 남학생, 수술 후 안정 회복

  • 뉴시스
  • 입력 2019년 10월 2일 13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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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반정부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실탄에 18세 남학생이 맞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이번 일이 향후 시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피해 학생이 재학 중인 학교의 학생 및 졸업생 수백명은 2일 경찰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곱게 접은 종이학을 난간 등에 올려놓으며 피해 학생의 쾌유를 비는 시위 참가자들의 모습도 목격됐다.

SCMP에 따르면, 지난 1일 홍콩 반정부 시위에 참가했다가 경찰의 실탄 사격을 받고 병원으로 이송된 18세 남학생 청즈젠(曾志健)은 2일 현재 안정을 회복한 상태이다. 그는 총격 직후 프린세스 마거릿 병원으로 이송됐다가 다시 퀸 엘리자베스 병원으로 옮겨져 탄환 적출 수술을 받았다.

홍콩 당국은 이날 오전 1시58분께 성명을 내어 “청즈젠이 수술을 받고 안정을 회복했다”고 발표했다. 명보에 따르면 심장에서 왼쪽으로 3㎝ 떨어진 부위에 총상을 입은 청즈젠은 전날 오후 7시부터 4시간에 걸쳐 탄환 적출 수술을 받았다. 그는 2일 현재 산소호흡기 없이 자가호흡을 하고 있다

그는 취안완 지역 타이호 거리에서 벌어진 시위대와 경찰간 충돌 과정에서 총상을 입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당시 현장은 폭동 진압경찰이 시위대에 쫓겨 구타를 당하는 등 혼란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SCMP에 따르면 청즈젠이 폭동 진압경찰에게 쇠막대기를 휘두르는 장면도 영상에 담겨있다.

청즈젠은 총격을 받고 뒷걸음을 치다 도로 위에 쓰러졌다. 도로 위에 쓰러져 피를 흘리던 청즈젠이 자신의 신분증 번호와 이름을 말하면서 “가슴이 너무 아프다, 병원에 가야한다”고 도움을 요청하고, 그를 구하려고 다가선 시위대가 경찰에 제지되는 장면도 영상에 나온다. 청즈젠은 경찰의 응급조치를 받은 뒤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관의 실탄 사격을 두고 비난의 목소리가 높지만 경찰은 사격이 정당하게 이뤄졌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취안완에 위치한 공립 학교인 호췬위 메모리얼 중학 5학년(한국의 고등학교 2학년) 재학생으로 확인된 청즈젠은 현재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스티븐 로(盧偉聰) 경무처장은 1일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격은) 자신과 동료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합리적이고 합법적이었다”고 해명했다. 소수의 진압 경찰들이 다수의 시위대에 공격을 받고 있던 상황이었고, 총탄을 맞은 학생이 당시 쇠막대기를 들고 있었다는 설명도 내놨다.

한 소식통도 2일 SCMP에 “청즈젠이 권총을 들고 있던 경관의 팔을 쇠막대기로 때렸기 때문에 총기를 발사했다”고 강조했다. 이 소식통은 “경찰 훈련 지침을 보면 생사가 걸린 상황에서 발포할 수 있다”면서 “충돌시 팔과 다리는 맞추기 어렵기 때문에 신체 중심부를 목표로 삼도록 돼 있다”고도 했다.

한편 청즈젠이 이송과 재이송을 거치는 과정에서 당국의 대응 실수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심장흉부외과 의사는 SCMP에 “청즈젠은 프린세스 마거릿 병원으로 옮겨져서는 안됐다”면서 “그곳은 심장과 폐수술을 하기에는 부족한 곳이다. (이송과 재이송으로 인한 수술) 지연은 청즈젠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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