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취업 도울 세금으로 엉뚱한 고소득자가 혜택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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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내일채움공제’ 허점
中企청년 2년간 300만원 납입땐… 정부-기업 지원해 1600만원 목돈
10만명 중 月500만원 이상 81명… 로펌-시총 50위 기업 직원도 가입

청년 A 씨는 지난해 취업에 성공한 뒤 곧바로 ‘청년내일채움공제’(청년공제)에 가입했다. A 씨가 입사한 직장은 시가총액이 2조 원이 넘는 중견 제조업체다. 신입사원 초봉이 5000만 원을 넘는 등 대기업에 맞먹는 연봉을 받는 A 씨지만 청년공제 가입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A 씨뿐만이 아니다. 초임 월 임금이 1000만 원을 넘는 신입사원도 청년공제에 가입할 수 있었다. 청년공제 제도의 빈틈이 드러난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2016년 7월 청년의 중소·중견기업 취업을 장려하고 자산 형성을 도와 대기업에 다니는 또래 청년과의 임금 격차를 보완해준다는 취지로 청년공제를 도입했다. 신입사원이 청년공제에 가입해 2, 3년간 각각 300만 원, 600만 원을 납입하면 만기 때 기업과 정부 납입금을 포함해 1600만 원, 3000만 원씩 받는 제도다. 재직자가 청년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기업도 가입해 공제금을 내야 하는데, 그 돈은 정부가 전액 댄다. 정부는 근로자 한 명당 2년형은 1300만 원, 3년형은 2400만 원을 지원한다.

고용부가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22일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공제 가입자 10만6402명 가운데 임금이 월 400만 원 이상인 근로자는 모두 286명이었다. 사회적으로 소득이 많은 범주에 드는 근로자에게도 공제 혜택이 돌아간 셈이다. 월 300만 원 넘게 받는 근로자까지 포함하면 2526명이다.

이 같은 허점은 지난해까지 중소·중견기업에 신규 입사한 청년이라면 임금 수준과 무관하게 청년공제에 가입할 수 있었기 때문에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들이 일하는 직장도 규모가 300명 이상이거나 매출액이 큰 기업이 적지 않았다. 지난해 청년공제에 가입한 서울과 경기 지역 사업장 2만3488곳 중 549곳은 300인 이상 기업이었다. 이 중에는 1000인 이상 기업도 91곳이 포함됐다.

매출 상위 100위 이내의 제약회사나 시가총액 50위(코스피 기준) 안에 드는 제조업체, 유명 로펌과 회계법인도 지난해 청년공제에 가입했다. 사회적 인지도가 높거나 임금 지급 여력이 충분해 청년을 신규 채용하기 어렵지 않은 기업에까지 국가 예산이 들어간 것이다.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한 고용부는 청년공제를 시행한 지 2년 반이 된 올해부터 월 500만 원의 임금 상한기준을 적용해 그 이하를 받는 신입 근로자만 청년공제에 가입할 수 있게 했다. 내년부터는 이 기준을 더 강화해 월 임금이 350만 원을 넘지 않는 청년만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고소득 근로자에게 돌아간 청년공제 정부지원금은 환수할 법적 근거가 없어 되돌려 받지 않기로 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청년내일채움공제#고소득자 혜택#중소 중견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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