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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전 음악이 지금 유럽과 통하다니… 새 힘이 솟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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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전 음악이 지금 유럽과 통하다니… 새 힘이 솟더군요”

임희윤 기자 입력 2019-09-05 03:00수정 2019-09-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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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음악가 김병덕씨 신작 내놔… 유럽서 문의 많아 해외공연 구상
지난달 29일 신작 ‘After Long Silence’를 내놓은 실험음악가 김병덕 씨는 “단 한 음에도 깊게 빨려 들어갈 수 있는 맛있는 소리들을 추구했다”고 했다. 김병덕 씨 제공
국내 대표적인 실험음악가 김병덕 씨(64)가 무려 24년 만에 신작을 내놨다.

5집 ‘After Long Silence’(긴 침묵 뒤에)는 제목처럼 4집 ‘New Trilogy’(1995년) 이후 그의 첫 음반이다. 김 씨는 4일 오후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해외 음반사가 재발굴해 찍어낸 옛 음악에 세계인이 관심을 갖는 것을 보고 신작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그간 부산에서 음반점 ‘먹통레코드’(1979년 개업)를 운영하며 지냈다. 우연히 그의 옛 음악을 접한 프랑스인의 도움으로 지난해 미국 음반사를 통해 베스트 앨범 ‘Experiment No. X’를 세계에 발표했다.

“그 앨범을 낸 뒤 먹통레코드에 영국인 청년 둘이 각각 찾아와 ‘당신 지금 영국 음악계에 많이 알려졌다’ ‘런던 콘서트 생각은 없느냐’고 물어오더군요. 진귀한 경험이었어요. 음반의 파급 효과를 새삼 깨닫게 되니 신작을 서두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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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음반점을 운영하되 아침 일찍 근처 스튜디오에 나가 매일 3시간씩 녹음에 매달렸다.

두 장의 LP에 담은 신작 7곡 가운데 그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Guitar Meditations’(기타 명상). 4악장짜리 모음곡으로 총 18분이 넘는다. 전기기타의 울림과 잔향을 참선에 가까운 깊이로 표현해냈다.

“9분이 넘는 ‘Time Sketches’란 곡에는 현대인의 삶을 소리로 담았습니다. 자동차, 가축, 시장, 뉴스의 소음에 헤비메탈 속주 기타, 재즈 피아노, 클래식 첼로를 버무린 일종의 구체음악(musique concr‘ete)이죠.”

김 씨의 독특한 철학은 징, 꽹과리를 도입한 ‘Shaman Dance’에도 녹아 있다. 그는 “서양 종교는 높이 치고 샤머니즘과 무속신앙은 야만적으로 보는 시각에 반대한다. 자연주의 철학을 표현했다”고 했다. 음반에서 그는 기타, 피아노, 신시사이저, 드럼, 징과 꽹과리를 포함한 각종 타악기를 손수 연주해 녹음했다.

김 씨는 1990년대 한국 아트록(art rock)과 실험음악의 선구자다. 재즈와 현대음악, 예술성과 실험성을 결합한 명상적인 음악세계를 추구하는 네 장의 앨범으로 음악 팬과 평단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간 사업에 집중하며 창작 활동을 쉬었다.

“유럽 지역에서 공연 문의가 오고 있어 첫 해외공연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뛰어난 연주자와 유명한 작곡가는 많지만 킹 크림슨, 마일스 데이비스처럼 세계인에게 실질적 감동을 주는 실험음악 작곡가는 드뭅니다. 제가 그 길을 열어보고 싶습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김병덕#after long sil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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