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부당성 조목조목 짚은 文대통령…“이율배반, 신뢰상실”

  • 뉴시스
  • 입력 2019년 8월 8일 12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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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일방적으로 청구권 협정 위반" 아베 발언에 맞대응 자제
"변명을 어떻게 바꾸든 대법원 징용 판결에 대한 경제 보복"
日 책임 짚으며 '유화적 메시지'도…靑 "회의 성격 감안해 조절"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부당성을 부각하는 데 집중했다. 일본의 일방적인 무역 보복조치라는 점은 분명히 하면서도 ‘강대강(强對强)’으로 치달을 수 있는 강도 높은 비판 메시지는 자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민경제자문회의 모두발언에서 “일본은 2일 백색국가(전략물자 수출절차 간소화 우대국 명단)에서 한국을 배제하면서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며 “일본이 이 사태를 어디까지 끌고 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한 조치만으로도 양국 경제와 양국 국민 모두에게 이롭지 않다”며 “자유무역 질서와 국제분업 구조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조치로서 전 세계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자유무역 질서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나라이고 자국에게 필요한 때는 자유무역주의를 적극 주장해 온 나라이므로 이번 일본 조치는 매우 이율배반적”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지난 2일 “분명히 경고”, “이기적인 민폐행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 “다시는 일본에게 지지 않을 것” 등 높은 수위의 표현으로 결사항전의 의지를 다지던 것과 비교해 다소 정제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당초 이날 회의에선 지난 6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모든 책임을 한국에 떠넘기며 억지 주장을 편 데 대한 문 대통령의 강한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비교적 차분한 어조로 일본의 잘못을 조목조목 짚는 정도에 그쳤다.

아베 총리는 지난 6일 히로시마 원폭 74주년 위령식에서 “한국이 일방적으로 한일청구권 협정을 위반했다. 한일 국교 정상화의 기반이 된 국제조약을 어기고 있다”며 수출규제 조치의 책임을 우리 정부에 떠넘기는 듯한 발언을 했다.

또 아베 총리는 “나라와 나라 간 관계의 근본이 되는 약속을 지키면 좋겠다. 한일 관계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국가 간 약속을 지킬지 여부에 관한 신뢰의 문제”라며 “일본은 국제법에 따라 일관된 주장과 적절한 대응을 해나가겠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의 계속됐던 대일 메시지에 관해 아베 총리가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수출규제 조치의 철회는커녕 거꾸로 적법성을 주장하며 현재의 기조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상 간 직접적인 맞대응으로 감정의 골을 더 깊게하는 것보다는 차분히 일본 주장의 허구성을 지적하고 넘어가는 식의 톤 다운을 시도한 것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은 “일본이 일방적인 무역보복 조치로 얻는 이익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설령 이익이 있다 해도 일시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결국은 일본 자신을 포함한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승자없는 게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어느 나라든 자국이 우위에 있는 부문을 무기화 한다면, 평화로운 국제 자유무역 질서가 훼손된다. 결국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며 “일본은 부당한 수출규제 조치를 하루속히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이 무역보복으로 얻는 이익보다는 국제무대에서 잃게 될 신뢰가 더욱 크고, 이번 사태로 양국 모두 경제적 피해를 입는 소모적인 전쟁을 중단하자는 유화적 메시지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일본은 당초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을 이유로 내세웠다가 이후 전략물자 수출관리 미비 때문이라고 그때그때 말을 바꿨다”면서 “그러니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의문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논거를 계속 바꾸는 일본의 주장은 국제사회에서도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변명을 어떻게 바꾸든 일본의 조치는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경제보복”이라며 “이는 다른 주권국가 사법부의 판결을 경제문제와 연결시킨 것으로 민주주의 대원칙인 ‘삼권분립’에도 위반되는 행위”라고 기존에 제기했던 사태의 본질과 문제점을 재확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문 대통령의 메시지와 관련해 “대통령 차원에서 낼 수 있는 메시지들은 이미 다 낸 상황”이라며 “오늘 자리가 우리 경제 전반에 걸친 자문을 구하는 성격의 자리인 점도 감안해 수위를 조절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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