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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한밤 마스크 쓴 채 ‘윤소하 협박 소포’… 버스-택시 7번 갈아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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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한밤 마스크 쓴 채 ‘윤소하 협박 소포’… 버스-택시 7번 갈아타

고도예 기자 입력 2019-07-31 03:00수정 2019-08-02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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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단체 간부 구속영장 청구 지난달 23일 오후 11시경. 유모 씨(35)가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편의점에서 나왔다. 모자를 눌러썼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모습이었다. 편의점 앞 인적 드문 골목을 벗어난 유 씨는 버스에 올라탔다. 유 씨는 버스에서 내려 한 건물에 들어가서는 옷을 바꿔 입고 나왔다. 들어갈 땐 상의가 흰색 체크무늬였는데 나올 땐 다른 색이었다. 마스크와 선글라스, 모자도 벗었다. 유 씨는 신림동 편의점에서 강북구의 지하철 4호선 수유역 인근에 있는 집까지 가는 동안 버스와 택시를 7번이나 갈아탔다.

유 씨를 쫓던 서울 영등포경찰서와 남부지검은 이런 모습을 폐쇄회로(CC)TV에 찍힌 영상을 통해 모두 확인했다. 경찰은 29일 오전 수유역에서 체포한 유 씨에 대해 30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도 지체 없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있는 윤소하 정의당 의원실에 협박 메시지가 적힌 메모지와 죽은 새, 커터칼 등이 담긴 소포를 보낸 혐의다.

윤 의원은 협박 소포를 받은 뒤 언론 인터뷰를 통해 “비정상적 정치세력들의 막말 퍼레이드 그리고 박근혜 사면론까지 펼치는 과거 회귀 과정에서 벌어지는 저열한 정치행태”라며 보수 세력을 겨냥했었다. 그런데 진보 성향 단체인 서울대학생진보연합 운영위원장인 유 씨가 소포를 보낸 사실이 경찰 수사로 확인됐다.

검찰 등에 따르면 유 씨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교통편을 여러 차례 갈아타는 등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치밀한 수법을 썼다. 유 씨는 지난달 23일 오후 3시경 소포를 들고 수유동 집을 나섰다. 그러고는 서울의 한 건물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마스크와 모자, 선글라스를 썼다. 유 씨는 오후 11시경 신림동의 한 편의점에서 무인택배 시스템을 이용해 윤 의원실에 소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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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를 보낸 유 씨가 집으로 돌아가기까지는 4시간 가까이 걸렸다. 유 씨가 소포를 보낸 신림동 편의점에서 수유동의 집까지는 지하철로 50분 남짓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하지만 유 씨는 집으로 오는 동안 버스와 택시를 7번이나 갈아타 시간이 많이 걸렸다. 버스에서 내린 유 씨가 버스가 달리던 반대 방향으로 되돌아가는 모습도 CCTV에 찍혔다고 한다.

이달 3일 윤 의원실로부터 “협박 편지가 든 소포를 받았다”는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윤 씨를 붙잡는 데 20일 넘게 걸린 것도 유 씨의 이런 행동 때문이다. 경찰은 신림동 편의점에서부터 CCTV를 ‘릴레이 확인’하는 방식으로 유 씨의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고 한다. 경찰이 확인한 CCTV만 1000개가 넘는다.

경찰은 유 씨가 소포를 보내면서 ‘태극기 자결단’이란 이름을 사용한 이유 등을 추궁하고 있다. 하지만 유 씨는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범행 동기를 확인하기 위해 유 씨 집을 압수수색한 경찰은 유 씨의 휴대전화와 컴퓨터에 대해 포렌식(디지털 저장매체 복구 및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윤 의원 측은 유 씨에 대한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를 경찰에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협박죄는 반의사불벌죄여서 윤 의원이 원치 않으면 유 씨를 처벌할 수 없다.

文정부가 사건 조작해 진보 탄압? 서울대학생진보연합 회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영등포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체포된 운영위원장 유모 씨의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유 씨는 윤소하 정의당 의원실에 협박성 메시지가 적힌 메모와 문구용 커터칼, 죽은 새가 든 소포를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뉴스1
서울대학생진보연합 관계자들은 30일 영등포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 씨 석방을 촉구했다. 이들은 같은 진보 세력인 윤 의원을 유 씨가 협박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 관계자는 “진보 세력을 분열시키기 위한 경찰의 조작”이라며 “극렬 테러단체 이미지를 덧씌우고 몰아세우려는 치졸한 공작”이라고 말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정의당#윤소하 의원#협박 소포#태극기 자결단#서울대학생진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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