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갈등, 현대重-대우조선 합병에도 불똥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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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경제보복 파장]
日조선업계, 합병반대 의사 표명… 日정부도 공적자금 지원 문제제기
국내업계 “합병 지연 등 방해 우려”… 정부, 日시장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

한국과 일본 간 경제·외교 갈등이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합병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악화된 한일 관계 때문에 일본 경쟁당국이 두 회사의 결합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은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 신고서를 일본을 포함한 각국 경쟁당국에 제출하고 있다. 이 중 한 나라만 반대하고 나서도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무산된다.

29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조선업을 대변하는 사이토 다모쓰(齋藤保) 일본조선공업회 회장은 지난달 19일 도쿄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는 “(글로벌 점유율에서) 압도적인 조선그룹이 탄생하는 것은 매우 위협적이다. 각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합병을 그냥 지켜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지난해 11월 한국 정부의 조선업에 대한 금융지원이 보조금 협정 위반이라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이를 제소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역시 사실상 한국 정부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에, 일본이 이를 문제 삼아 두 조선사 결합에 ‘딴지’를 걸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최근에도 한국 조선업에 대한 WTO 제소 절차를 계속 이어나간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달 26일 펴낸 ‘2019년판 불공정 무역신고서, 경제산업성의 방침’ 보고서에서 “(한국은) 자국 조선업에 대해 정부계 금융기관이 대규모 공적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 조치는 보조금 협정상 금지된 수출보조금 등에 해당될 수 있다”며 “한국 조선업을 WTO 제소 우선순위에 두겠다”고 했다. 현재 일본 측은 제소 절차의 일환으로 WTO를 통한 패널 설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업계에서도 이 같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일본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을 반대할 명분이 뚜렷하지 않지만 심각한 수준으로 양국 관계가 악화되면 승인을 지연시키거나 거부할 이유를 따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한국 주요 조선사와 경쟁 관계에 있는 것도 아니고 선사들의 피해도 별로 없을 것으로 예측돼 반대 명분은 없는 상황이었다”며 “그런데 최근 관계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합병 승인을 지연시키는 등의 방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국 정부도 두 조선사 합병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일본 정부가 두 조선사의 합병을 결국 반대하고 나설 경우 일본 시장을 제외한다는 각오까지 하고 있다. 일본에서 영업을 하지 않는다면 일본 경쟁당국의 합병 허가를 안 받아도 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경쟁국에 대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기업결합심사 신청은 9월부터 본격화될 것”이라며 “일본 시장을 배제하면 다소 타격은 입겠지만 일본의 반대 때문에 합병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그룹 측은 일본 시장 배제 시 조선업뿐 아니라 전 계열사가 일본과 거래를 끊어야 해 최대한 일본을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 김도형 기자
#한일 갈등#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조선업#일본 경제보복#수출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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