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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셔터만 찰칵찰칵…아이돌 팬인줄 알았는데 ‘팝파라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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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셔터만 찰칵찰칵…아이돌 팬인줄 알았는데 ‘팝파라치’라고?

김재명 기자 입력 2019-06-11 16:11수정 2019-06-1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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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히트엔터테인먼트 © 뉴스1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으로 성장한 방탄소년단(BTS)의 글로벌 기자간담회가 지난 4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렸다. 기자회견장 앞은 ‘혹시 방탄소년단의 지나가는 모습이라도 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팬들로 발 디딜 틈 없었다. 하지만 BTS는 팬들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팬도 있지만 자신들을 찍어 사진을 판매하는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가수를 비롯해 연예인들은 움직이는 광고판이다. 얼굴이 공개되면 목적을 가지고 접근한 사람들에게 이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동선을 눈에 띄지 않게 한 것이다. 소속사는 기자간담회 참석대상을 사전에 신청한 언론사에게만 허용했다. 상업적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나 유투버의 출입은 금지됐다. 소속사는 이전 국내 공연에서도 관람객들의 휴대폰 카메라 렌즈에 테이프를 붙여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을 금지했다.

이와 같은 룰은 국제대회인 올림픽이나 월드컵에서도 마찬가지다. 조직위원회는 선수들을 가장 잘 찍을 수 있는 자리를 사진기자와 중계카메라에 배정한다. 지정된 자리 이외에서는 기자라도 망원렌즈 사용을 못한다. 촬영한 사진은 상업적인 용도로는 판매할 수 없다. 취재진도 취재카드를 받지 않으면 기자석으로 갈 수 없고 사진이나 영상도 찍을 수 없다.

지난달 말 서울 청계광장에서는 청소년 축제가 열렸다. 학생들을 위한 행사인 만큼 아이돌 그룹을 초대해 공연을 벌였다. 주변에는 수백 명 인파가 몰려있었다. 하지만 가까이 가보니 학생들과 사다리 위에 올라간 사람들로 나뉘었다. 학생들은 노래를 같이 부르거나 춤을 추는 등 공연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사다리 위 사람들은 카메라 셔터만 계속 누르고 있었다. 얼마 뒤 인터넷에는 이들이 촬영한 사진이 판매되고, 유투브에는 공연영상이 클릭을 기다리고 있었다. 선정적인 모습을 ‘움짤’로 만들어 반복해 보여주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연예인 사진 특히 가수들을 전문적으로 찍어 수익을 올리는 ‘팝파라치(팝·Pop)+파파라치)’라 할 수 있다.

이처럼 팬들의 순수한 마음에서 가수들의 공연 모습을 찍어 소장하는 것이 아니라 판매를 목적으로 하고, 인터넷에서 클릭을 유도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연예인이 공인이라도 본인이나 소속사 허락을 받지 않고 초상권을 무단으로 사용해 수익을 올린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법원은 소속사와 계약 없이 BTS 사진과 초상 등을 이용해 화보집 수준의 잡지를 만든 출판사에 대해 판매를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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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은 몇 년 사이 급격히 증가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파파라치의 존재가 미미했다. 파파라치 사진을 소비하는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유투브와 팬덤 문화 등 다양한 요소들이 합쳐져 수익창출이 가능하게 됐다. 더군다나 워너원,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아이돌 그룹이 글로벌 스타로 성장한 것도 한 몫 했다. 그리고 가수가 배우에 비해 노출 빈도가 높은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드라마나 영화 촬영장에서는 팬이나 일반인이 카메라로 연기자를 촬영하면 제지한다. 하지만 가수들은 축제나 행사장에서 관객 바로 앞에서 공연을 펼친다. 비싼 가격으로 구입이 어려웠던 카메라 장비의 렌탈이 이뤄지면서 고화질 사진 촬영이 손쉬워진 사정도 있다.

서울 여의도의 한 방송국 앞에는 항상 수십 개의 사다리가 인도에 어지럽게 묶여져 있다. 팝파라치들이 음악프로에 출연하는 가수들을 찍으려 준비해 놓은 것이다. 이들의 행동이 논란이 된 경우도 있다. 아이돌과 같은 항공권을 예매한 뒤 공항 면세구역과 심지어 비행기까지 탑승해 촬영한 뒤 표를 반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는 이들을 의도적으로 이용한다. 예로 ‘공항패션’이라 불리며 출입국 모습을 공개하는 경우다. 연예인을 모델로 특정 의류를 입거나 가방을 들게 해서 제품을 노출시키기 위해 팝파라치들을 활용한다.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K-팝 스타들의 콘텐츠는 이제 하나의 비즈니스로 발전하고 있다. 팬처럼 행동하며 사진과 영상을 찍어 불법적으로 수익을 올리는 일부 팝파라치들로 인해 한류가 시들지 않기를 바란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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