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500원 받아 은행에 400원… ‘토스’ 적자 이유 있었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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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모델 못찾는 핀테크 스타트업
손실 각오하며 덩치키우기 작전
토스, 4년 연속 적자에 시름… 뱅크샐러드도 작년 82억 손실
상품 자체개발 막혀 금융사 의존, 핵심 서비스 너도나도 따라해
“규제 대폭 풀어 기술개발 도와야”


국내 대표 핀테크 기업과 스타트업들의 적자가 장기화되면서 이 기업들의 수익모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용자가 모이면 곧 실적이 턴어라운드(흑자 전환)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외부의 자본 투자에만 의존하다 보면 사업이 곧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간판 핀테크 기업들의 적자 행진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해 영업손실 444억7000만여 원을 냈다. 2015년 서비스 개시 후 4년 연속 적자 행진이다. 토스와 핀테크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뱅크샐러드(자산관리 서비스) 운영회사 레이니스트도 지난해 82억4600만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토스와 레이니스트의 이 같은 실적은 조(兆) 단위 손실에도 대규모 외부 투자를 받으며 버티고 있는 쿠팡을 떠올리게 한다는 분석이 많다.

이 업체들은 지금의 실적이 “의도된 적자”라고 설명하고 있다. 일단 덩치를 키우고 소비자를 끌어오기 위해 손실을 각오하고 사업 다각화에 나선다는 것이다. 실제 토스는 사업 초기 송금서비스를 20회까지 무료로 제공하면서 2015년 서비스 개시 이후 단숨에 가입자 1100만 명을 모았다. 최근에는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 사업권에도 도전하면서 핀테크 후발주자에 교본이 되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토스 관계자는 “애초 우리의 송금 서비스는 적자를 각오한 서비스”라며 “수익은 내지 못하고 있지만 매출과 자본금이 늘어나면서 부채비율 등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스타트업들은 사업 모델이 정립되기까지 일정 기간은 적자를 내는 게 불가피하다. 이는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대 외환송금 핀테크 기업인 트랜스퍼와이즈 역시 서비스 개시 6년 만인 2017년에야 처음으로 영업이익을 냈다. 비록 초기에는 돈을 까먹더라도 지속적인 사업 확장으로 시장 지배력을 키우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이다.

○ 가입자 빨리 모았지만 수익모델 아직 불확실

다만 전문가들은 국내 핀테크 기업들의 수익 구조가 언제까지 지속 가능할지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토스를 비롯한 핀테크 업체는 아직 자체적으로 금융상품을 만들어 팔지 못한다. 기존 금융사 상품을 대신 팔아주거나 서비스를 대행해 받는 수수료가 가장 큰 수익원이다. 그러나 그런 수수료 이익도 그다지 클 수 없는 구조다. 토스의 경우 송금을 하는 가입자에게 건당 500원의 수수료를 받지만 그때마다 은행에 평균 약 400원의 수수료를 지급해 남는 게 100원밖에 없다. 그나마 이런 간편송금 서비스도 이제 대형 금융사들이 그대로 따라 하며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자산 89조 원을 관리하는 뱅크샐러드도 결국 가입자가 금융사 상품에 가입해야 겨우 수수료 수익이 나는 구조다.

핀테크 기업들도 이런 수익구조의 한계를 이미 파악하고 있다. 비바는 2016년 대부업 진출을 모색했지만 가입자의 민원이 발생해 사업 확장을 포기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고객이 금융 서비스에 수수료를 내는 문화가 정착돼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며 “또 기존 은행들이 이미 각종 금융 서비스를 대부분 선점하고 있어서 핀테크 업체는 이 금융사들에 기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핀테크 기업들의 사업 기반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금융서비스별로 인허가를 내주는 등 정부의 규제개혁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현재 핀테크 업체를 대상으로 ‘규제 샌드박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정식 인가를 따로 받아야 하는 한시적 정책에 불과하다. 핀테크 업체에 규제 문턱을 낮춰줘야 이들이 기존 금융회사들이 따라 하지 못하는 서비스를 개발해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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