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안 성물부터 구조” 화마속 사투… 가시면류관 살려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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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소방관들 ‘인간 띠’ 만들어 유물 구조, 생루이 튜닉 등 상당수 소장품 꺼내
유네스코 “복원 위해 佛과 함께할것”… 루이뷔통 회장 “2억유로 기부”


15일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로 가시면류관 등 성당 내 역사적 유물들도 소실 위기를 맞았으나 다행히 상당수가 무사히 구출됐다.

프랑크 리에스테 문화부 장관은 16일 “(주요 유물인) 가시면류관, 루이 9세의 튜닉(그리스·로마 시대의 소매 없는 의복) 등 성물들은 시청사에 보관 중”이라고 밝혔다. 화재가 진압되기 전 붕괴 위험을 무릅쓰고 내부로 들어간 소방관들이 ‘인간 띠’를 만들어 유물부터 안전하게 옮긴 덕분이다. 성당 내부에 있던 대형 회화 작품들도 대체로 손상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리에스테 장관은 “회화 작품들은 건조 및 복원 작업을 위해 금요일에 루브르 박물관으로 옮겨질 것”이라고 밝혔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가톨릭 성물과 예술 작품을 다수 보유해 왔다. 가장 유명한 성물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힐 때 머리에 썼던 가시면류관이다. 황금으로 만들어진 나뭇가지와 갈댓잎을 원형으로 엮었다. 예루살렘 시온산에 있었으나 1239년 루이 9세가 사들였고 이후 국가적 보물로 귀하게 보관돼 ‘프랑스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예수의 수난 때 사용된 성(聖)십자가 조각 및 못 등도 보관돼 있으나 구출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12사도와 4명의 전도자를 상징하는 16개 동상은 다행히도 화마를 피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대성당 측은 지난주 첨탑 보수 공사를 위해 성당 꼭대기를 장식하던 동상들을 이동시켰다. 세계에서 가장 큰 오르간 중 하나인 대성당 내 오르간은 불타지는 않았지만 화재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16일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성당의 외관에 검은 그을음이 남아 있다. 전날 발생한 화재로 첨탑이 무너지고 목재 지붕이 붕괴됐다. 
소방 당국의 노력으로 성당의 주요 성물인 가시면류관, 루이 9세의 튜닉 등은 안전한 곳으로 옮길 수 있었다. 황금 나뭇가지와 
갈댓잎으로 엮인 가시면류관은 희귀함과 독특한 형태 등으로 ‘프랑스의 상징’으로 여겨진다(작은 사진). 파리=AP 뉴시스
16일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성당의 외관에 검은 그을음이 남아 있다. 전날 발생한 화재로 첨탑이 무너지고 목재 지붕이 붕괴됐다. 소방 당국의 노력으로 성당의 주요 성물인 가시면류관, 루이 9세의 튜닉 등은 안전한 곳으로 옮길 수 있었다. 황금 나뭇가지와 갈댓잎으로 엮인 가시면류관은 희귀함과 독특한 형태 등으로 ‘프랑스의 상징’으로 여겨진다(작은 사진). 파리=AP 뉴시스
화재 현장에서 대성당 재건 의지를 밝힌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는(성당 재건은) 프랑스의 운명이며 향후 수년간 우리가 진행할 프로젝트”라고 했다.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도 “대성당을 복원하기 위해 프랑스와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복원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 화재 발생 전인 이달 초 BBC는 노트르담 대성당 골조 공사에만 최소 1억5000만 유로(약 1935억 원)가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자금을 마련해도 ‘숲(포리스트)’으로 불리는 대성당 천장의 목조 뼈대를 재건하는 일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문화유산 전문가 베르트랑 드 페이도는 16일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성당 지붕에 쓰였던 목재는 원시림에서 800년 이상 자란 나무로 만든 것”이라며 “목재 기둥을 만들 큰 나무가 더 이상 프랑스에 없다”고 우려했다. 목재 기둥을 만들려면 참나무 약 1300그루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금은 빠르게 모이고 있다.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그룹 회장은 16일 2억 유로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구치, 생로랑 등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케링그룹의 프랑수아앙리 피노 회장도 앞서 1억 유로 기부 의사를 밝혔다. AFP통신은 “프랑스 기업들이 약속한 기부 총액이 6억 유로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노트르담#파리#대성당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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