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후쿠시마 수산물 분쟁 한국 손 들어준 WTO 판결의 교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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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일본과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규제를 둘러싼 무역분쟁에서 최종 승소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당분간 우리 밥상에는 후쿠시마 등 일본 도호쿠 지방 8개 현 수산물은 오르지 않게 됐다. 이번 판결은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중에서도 이례적인 결과다. 위생·식물위생(SPS) 협정 최종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은 첫 역전 승소다. 1심 격인 지난해 분쟁해결기구 패널 판정에서 한국은 사실상 ‘완패’했다는 평을 받았다.

WTO 상소기구는 1심에서 일본 측이 제기한 4대 쟁점, 즉 차별성, 무역제한성, 투명성, 검사 절차 중에서 절차적 쟁점(투명성 중 공표 의무)을 제외한 모든 쟁점에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한국의 수입 규제 조치가 WTO 협정에 합치한다고 판정했다. 일본은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을 금지한 54개 국가와 지역 중 유일하게 한국만을 2015년 WTO에 제소했다. 한국이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제재 강도는 가장 강했던 반면 수입 규모에서는 5위 정도라 전략적으로 한국을 제소 상대로 정했을 것이다.

이번 승소는 한국인들의 밥상 안전을 지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역전 승소를 이끌어내기까지 적극적인 대응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차제에 WTO가 지적한 검증 자료 마련 등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더불어 이번 판정 결과가 추가적인 무역 분쟁이나 외교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각별히 노력해야 한다.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은 WTO 결정이 나온 후에도 “한국 정부가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를 완화해 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고 한다. 한일은 연간 무역 규모가 852억 달러(약 96조 원)에 이를 만큼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다. 우리 어민들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2019년도 한일 어업협정 협상도 해야 한다.

2015년 일본이 한국을 제소한 배경에는 당시 우리 정부가 방사능 누출 위험과 관련한 현지 조사 등을 소홀히 한 탓도 있다.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한 검역 주권은 철저히 지키면서도 이웃 나라의 상황을 배려하는 지속적 노력을 보여줬더라면 일본의 대응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통상관계는 분쟁에서 승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WTO 제소까지 가지 않으려는 외교적 노력도 필요하다.
#wto#후쿠시마 수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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