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질경찰’ 이정범 감독 “‘세월호 영화 왜 만들었냐’ 질문 고통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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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4월 3일 09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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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유튜브 캡처.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유튜브 캡처.
영화 '악질경찰'의 이정범 감독이 '세월호' 사건을 영화에 담은 이유를 밝혔다.

이 감독은 3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악질경찰'의 배경과 관련, "세월호 사건 팩트 자체를 다룬 건 아니다. 아직 그 사건은 진상규명이 되고 있기 때문에 저희가 다룰 수 있는 건 아니다. 영화에 비리형사가 있고, 그 형사가 만나는 단원고 학생이 있는데. (영화 속) 증거가 세월호 관련이었다. 감정적으로만 다뤘다"라고 말했다.

'왜 세월호 이야기를 영화에 담았냐'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런 질문을 받을 때가 고통스럽다. 세월호를 다른 이야기를 하기 위해 끌어다 썼다는 이야기는 성립이 안된다. 그럴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는데 세월호를 쓴 게 아니다. 그런 사고로 5년간 시나리오를 쓰고 촬영하고 마케팅 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저는 세월호를 담고 싶었고 제가 잘 할 수 있는 범죄물을 찍은 거다"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흥행에 도움이 안 된 것 같다'라는 질문에 "논쟁될 것도 알고 비판을 받을 것도 알았다"라며 "그게 두려워서 영화를 못한다면 이 프로젝트는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 있어서 (영화를) 만든 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이야기를 하지 못하면 다음 영화로 넘어갈 수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른으로서 책무다"라고 덧붙였다.

세월호 사건 당시 단원고를 찾은 이 감독은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미안해서 갔다. 단원고를 분향소보다 먼저 갔는데 충격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교실 한 반의 아이들이 다 사라지고 없었다. 책상과 의자에 꽃과 종이학이 놓여 있었다. 그게 한 교실이 아니고 둘 셋 늘어나면서, 이게 크게 잘못됐구나. 그동안 뉴스에서 보던 것과 전혀 다른 것이었다. 당시에는 너무 멍했다"라고 회상했다.

이 감독은 "뒷문이 열리고 부부가 들어왔다. 그분들이 책상들을 청소했다. 옆반으로 가시면서 '누구누구야 또 올게'라고 하는 걸 봤다. 그분들은 (멍한) 그 단계를 넘어선 거다"라고 했다.

'본인도 블랙리스트 감독 아니냐'라고 하자 이 감독은 "맞다. 그들의 정보력은 대단하다. 저는 그냥 광화문에서 사인 두 번했고, 분향소를 가고 방명록 쓴 게 다인데...그렇게 나서서 행동하는 스타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20일에 개봉한 '악질경찰'은 3일 기준 누적관객수 26만명을 기록했다. '악질경찰'은 세월호 참사 1년 후 안산을 배경으로 한다. 단원경찰서 부패경찰 조필호(이선균)가 참사로 친구를 잃은 소녀 미나(전소니)를 만나며 진짜 어른이 돼가는 과정을 담았다.

김소정 동아닷컴 기자 toy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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