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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김윤종]2000년생이 86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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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김윤종]2000년생이 86세대에게

김윤종 정책사회부 차장 입력 2019-03-14 03:00수정 2019-03-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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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종 정책사회부 차장
세대를 규격화해 구분 짓긴 싫지만 굳이 말하자면, 기자는 ‘X세대’(1970∼1980년생)였다. 스무 살 때 귀를 뚫고 머리를 길러 한쪽 눈을 가리고 다녔다. 윗세대인 86세대(80년대 학번·1961∼1969년생)에게서 ‘요즘 것들은 버릇없다’는 소리를 내내 듣고 살았다.

‘세대론’을 꺼낸 이유는 한 세대가 또 다른 세대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기자가 포함된 동아일보 취재팀은 최근 밀레니엄 베이비인 2000년생을 주제로 한 ‘2000년생이 온다’ 기획보도를 연재했다. 올해 성인이 돼서 사회와 대학에 첫발을 내딛는 이들과 소통하는 한편, 미래의 주역인 2000년생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를 고민해 보자는 취지였다.

심층 인터뷰한 수십 명의 2000년생은 공정성 문제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취업 불안, 양극화를 인정하면서도 형평성 있는 기회를 원했다. 기획보도 과정에서 2000년생이 기성세대에게 바라는 바를 말할 수 있는 창구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개설했다. 신세대들의 다양한 의견이 올라왔다. 특히 눈에 띈 것은 ‘특정 세대’에 대한 분노였다. 날것 그대로 옮겨본다.

“2000년생입니다. 주변 친구들을 보면 86세대에 대한 증오감이 크다는 겁니다. 그들이 민주화를 위해 목숨 바친 건 부정할 수 없으나 그것을 유일한 업적으로 삼아 승승장구합니다. 그러면서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우리가 만들어 놓은 편한 세대에 살면서 툴툴거린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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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도 민주화를 부르짖던 86세대가 권위주의, 나이와 인맥을 우선시합니다. 지금 정권을 잡은 86세대들이나 이들을 지지하는 40, 50대와 (2000년생을 비롯한) 젊은 세대 사이에 갈등이 커질 수 있어요.”

‘공정세대’로 불리는 요즘 신세대가 다른 세대도 아닌, 민주화를 통한 공정사회를 꿈꿨던 86세대에게 반감이 크다는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86세대인 한 선배에게 묻자 “젊었을 때는 다 기성세대를 싫어한다”며 웃었다. 86세대를 포함한 기성세대는 오히려 젊은 세대를 비판한다. “젊은이들이 학교 교육을 제대로 못 받았고”(설훈 민주당 최고위원), “게임하고 축구 보느라 정신없고”(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젊은이들이 ‘헬조선’이라고 하지 말고, 아세안을 가보면 ‘해피조선’을 느낄 것”(김현철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이라고 말했다가 논란을 불렀다.

세대분석 전문가들은 기성세대의 눈에 ‘이기적이고 꿈이 없고 불평만 많은’ 요즘 젊은이들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았다고 단언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세대를 규정할 때 ‘나이 효과’와 ‘집단 효과’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나이 효과’는 열정, 도전, 반항 등과 같이 어떤 시대와 사회에 태어났건 간에 젊은이면 누구나 가지는 특징이다.

하지만 공정성에 예민한 2000년생의 특징은 ‘나이 효과’라기보다는 ‘집단 효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극심한 경쟁과 취업 불안 등 유사한 경험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특정 세대만 갖는 연대의식이란 뜻이다. 특히 2000년생은 합리주의를 기반으로 한 실력과 능력을 중시하는 탓에 ‘우리가 직면한 사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나’의 잣대로 기성세대의 리더십을 평가한다. 그런 2000년생에게 한국 사회를 이끌어가는 86세대가 거부감을 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00년생들이 꿈을 펼 수 있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첫출발은 그들의 관점에서 모든 문제를 바라봐주는 것이다. 한 2000년생의 하소연에 답이 있다. “취업, 양극화와 같은 난제를 당장 해결해 달란 게 아니에요. 기성세대가 1980년대에 불합리한 세상을 향해 짱돌을 던졌던 그때를 기억해주면 좋겠습니다.”
 
김윤종 정책사회부 차장 zozo@donga.com
#x세대#86세대#기성세대#2000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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