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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코인노래방 털고 또 털고… 점주 떨게 하는 ‘13세 무법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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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코인노래방 털고 또 털고… 점주 떨게 하는 ‘13세 무법자들’

김재희 기자 , 신아형 기자입력 2019-03-13 03:00수정 2019-03-1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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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10… 13세 ‘촉법소년’ 범죄 공포
1월 22일 경기 의정부시의 한 무인 코인노래방 기기가 부서져 있다. 이날 14세 미만의 소년들이 이 노래방에 침입한 뒤 호미, 소화기 등을 이용해 기기를 부수고 돈을 훔쳐 달아났다. 점주 제공
“또 그놈들이다.”

지난달 19일 오전 1시. 경기 의정부시에서 무인 코인노래방을 운영하는 박모 씨(36)는 노래방 내부를 비추는 폐쇄회로(CC)TV 화면을 보다 중얼거렸다. 화면 속 4명의 소년은 머리를 노랗게 염색했고 검은색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이날도 그들 손에는 호미처럼 생긴 쇠꼬챙이와 드라이버, 절단기가 들려 있었다. 이 중 1명인 오모 군(13)이 노래방 기기 오른쪽에 있는 돈 넣는 구멍에 쇠꼬챙이를 끼운 뒤 마구 흔들기 시작했다. 박 씨는 “또 당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경찰에 바로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노래방에 있던 4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박 씨는 아이들이 경찰서로 끌려갔다는 연락을 받고도 한숨을 내쉬었다. “저놈들 오늘 바로 풀려나 또 찾아올 거예요.”

박 씨의 노래방이 오 군 일당의 먹잇감이 되기 시작한 건 올해 초부터다. 1월 박 씨는 노래방 지폐교환기 한쪽 틈이 벌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CCTV를 확인해 보니 오 군 일당은 호미로 기기를 부수던 중 망을 보던 한 명이 손님이 온다는 손짓을 하자 그대로 달아났다. 2월 3일 오 군 일당 중 2명이 또 박 씨의 노래방을 찾았다. 범행은 1월보다 더 과감했다. 이날 2명의 소년은 입구에 설치된 지폐교환기 두 대를 모두 부쉈다. 황모 군(13)은 끝이 휘어진 쇠꼬챙이를 기계 오른쪽 틈에 넣고 흔들었다. 다른 한 명은 기계를 함께 흔들었다. 이들은 벌어진 틈으로 손을 넣어 40만 원을 훔쳐 달아났다. 박 씨는 “무인 노래방이어서 CCTV로 관리를 하는데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어 노이로제에 걸렸다”고 말했다.

이들이 절도를 일삼고도 처벌을 받지 않는 이유는 ‘촉법소년’이기 때문이다. 소년법상 만10세 이상∼만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촉법소년은 형사처벌 없이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된다. 소년법에 따라 보호처분(1∼10호)을 받는데 대부분 수강명령, 보호관찰 등에 그친다. 처벌이 아닌 교화에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오 군 등 4명은 모두 2005년생으로 범행 당시 생일이 지나지 않아 13세였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들은 경찰에 잡혀가도 금세 풀려난다는 걸 알기 때문에 기세등등하다. ‘너넨 나 못 잡아’ ‘짭새들아, 빨리 풀어줘’라고 비아냥거리면서 바닥에 침을 뱉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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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따르면 촉법소년들이 노래방 등 유흥점포에서 절도를 시도하는 시간대는 주로 오후 10시 이후다. 이때는 업주들이 절도 피해를 당해도 신고를 망설인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오후 10시 이후에 미성년자를 출입시켰다는 이유(청소년보호법 위반)로 업주가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노래방 업주 최모 씨(37·여)는 지난해 12월 A 군(13) 등 8명이 실로 꿴 동전을 노래방 기기 투입구에 넣은 뒤 노래가 끝나면 다시 동전을 빼내는 장면을 CCTV로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이 일로 최 씨는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A 군 등은 경찰에서 간단한 조사만 받고 풀려났지만 최 씨는 영업정지 10일 처분을 받았다.

정부는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만 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017년 부산 여중생 폭행, 서울 관악산 집단폭행 사건 등의 가해자 중 일부가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보호처분에 그치자 이들을 엄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재희 jetti@donga.com·신아형 기자
#촉법소년#무인 코인노래방#13세 무법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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