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靑 vs 제1야당 대북정책 정면충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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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대통령이 김정은 대변인” 이해찬 “국가원수 모독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블룸버그통신 등 일부 외신의 보도처럼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고 언급하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가원수 모독죄”라고 하는 등 당청이 일제히 반발하면서 정국이 얼어붙고 있다. 간신히 소집된 3월 임시국회는 당분간 강(强) 대 강 대치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홍영표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은 단상으로 나와 삿대질을 하며 고성을 질렀고, 일부 의원은 본회의장을 퇴장하며 항의했다. 나 원내대표는 “북한의 비핵화가 아닌, 조선반도 비핵화가 문재인 정부의 비핵화 플랜인가”라며 문재인 정부의 안보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은 본회의 직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나 원내대표를 13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하는 등 강경 대응 방침을 세웠다. 이해찬 대표는 “냉전 체제에 기생하는 정치 세력의 민낯을 보는 것 같다. 저런 의식으로 망언을 하는 사람들이 집권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나 원내대표가 명백한 사과를 하지 않으면 즉각 (원내대표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한국당을 향해 ‘나치’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수준’ 등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민주당은 이날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과 긴급 회동을 갖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 검경수사권조정법 등을 선거제 개혁안과 함께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에 올릴 개혁 법안으로 압축하는 등 한국당을 압박했다.

청와대도 나 원내대표의 연설 내용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사과를 요구했다. 청와대가 대통령 해외 순방 중 야당 교섭단체 대표 연설과 관련해 즉각 반박 입장문을 낸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일 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여권의 파상 공세가 이어지자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해찬 대표가 “국가원수 모독죄”라고 한 데 대해 “있지도 않은 죄를 갖고 그러는 것은 뭘 얘기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전희경 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나 원내대표가 이야기한 것은 외신을 통해 익히 알려진 내용인데 그런 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게 민주당의 현주소”라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에 눈도장이 다급했는지 충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고야 best@donga.com·박성진 기자
#여당#야당#대북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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