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쇼트트랙 희망과 과제 모두 남긴 2019 세계선수권 총결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3월 11일 14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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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임효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8일부터 10일(한국시간)까지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2019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일정이 모두 마무리됐다. 한 시즌을 마무리하고, 랭킹을 결정하는 중요한 대회인 만큼 선수들은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임했다. 올림픽 다음 시즌에 찾아올 법한 무기력증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계주 동반 우승 포함 금메달 7개와 은메달 4개, 동메달 한 개를 따내며 쇼트트랙 강국임을 다시금 입증했다. 그 속에서 한국 쇼트트랙의 확실한 희망과 과제를 엿볼 수 있었다.

황대헌(앞쪽).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황대헌(앞쪽).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임효준 4관왕·황대헌 2관왕’ 남자대표팀, 탄탄대로가 열렸다

남자대표팀은 이번 대회 개인전과 계주까지 전 종목을 싹쓸이하며 세계 최강임을 입증했다.

남자 1000m와 1500m, 3000m 슈퍼파이널에서 1위로 골인한 임효준(한국체대)이 총점 102점으로 종합우승을 차지했고, 500m 우승자 황대헌(한국체대)은 총점 55점으로 2위에 올랐다. 5000m 계주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면서 이번 대회는 한국남자대표팀의 독무대가 됐다. 2018평창올림픽에 이어 임효준과 황대헌의 투톱체제는 월드컵시리즈와 이번 대회에서도 이어졌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폭발적인 스피드를 동반해야 하는 단거리에서 이 부문 최강자 우다징(중국)을 완벽하게 따돌린 것이다. 우다징은 스타트와 주행능력에 강점을 지닌, 단거리에 특화된 선수다. 황대헌은 500m에서 우다징에 앞서 1위로 골인했고, 5000m 계주에선 마지막 주자 임효준이 우다징을 앞지르며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써냈다. 이번 대회를 통틀어 가장 짜릿한 장면이었다. 기존의 중장거리뿐만 아니라 스피드를 앞세운 단거리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점이 가장 큰 수확이다.

1998나가노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안상미 MBC 쇼트트랙 해설위원은 2월11일 이탈리아 토리노 월드컵 6차대회를 마친 뒤 “지금 남자대표팀의 팀워크가 정말 좋다. 선수들의 사기도 엄청나게 올라와있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확실히 한 단계 올라선 모습”이라고 분석했는데, 김건우(한국체대)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대표팀에서 낙마한 뒤에도 팀워크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2014소치올림픽에서 노메달의 수모를 겪었던 때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최민정.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최민정.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최민정 2위’ 女대표팀, 이제는 도전자다

최민정(성남시청)은 이번 대회에서 500·1000·1500m와 3000m 슈퍼파이널까지 4개 종목에서 총 76점을 획득, 수잔 슐팅(네덜란드·81점)에 이어 종합 2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최민정은 2015~2016년과 2018년에 이어 통산 네 번째 우승 도전은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1500m에서 금메달, 1000m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한때 선두를 질주했지만, 3000m 슈퍼파이널에서 슐팅에게 밀린 아쉬움이 짙게 남았다.

여자대표팀은 이번 대회뿐만 아니라 2018~2019시즌 월드컵시리즈에서도 슐팅의 강세를 좀처럼 막지 못했다. 슐팅은 월드컵시리즈(4개)와 세계선수권 1000m에서 총 5개의 금메달을 따내며 독보적인 기량을 뽐냈다. 기존에도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와 엘리스 크리스티(영국) 등이 강세를 보이긴 했지만, 슐팅처럼 압도적인 기량을 뽐낸 유럽 선수는 없었다. 170㎝·65㎏의 피지컬도 뛰어나지만, 스케이팅 기술과 근력도 뛰어나 한 번 자리를 내주면 이를 되찾기가 쉽지 않다.

수확도 있었다. 총점 29점으로 5위에 오른 김지유(콜핑팀)의 성장세를 확인했다. 그뿐만 아니라 3000m 계주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심석희(한국체대)가 감격적인 선물을 받게 됐다. 그간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의 상습상해와 성폭행 혐의에 따른 마음고생을 딛고 일어난 결과라 더욱 값졌다. 공교롭게도 결승선까지 2바퀴를 남기고 앞서 달리던 슐팅이 넘어지는 행운이 따랐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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