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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고미석]희망의 사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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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고미석]희망의 사다리

고미석 논설위원 입력 2019-02-09 03:00수정 2019-02-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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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영된 한 드라마는 대한민국 상위 0.1%에 속하는 ‘사모님들’이 자녀의 명문대 입학을 위해 펼치는 욕망의 대결을 다뤄 주목받았다. 부와 권력, 명예를 가진 이들이 2세들의 대입 사교육에 필사적으로 매달린 것은 바로 교육을 통한 신분의 대물림을 위해서였다.

▷이 땅에서 교육은 오랜 세월 동안 개천에서 용을 배출하는 계층 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부의 대물림, 계층 고착화를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는 의구심이 커져 간다. 최근 ‘세계 가치관 조사(World Values Survey)’에서는 계층 사다리에 대한 한국인의 불신이 새삼 확인됐다. 80여 개국을 대상으로 5년 주기로 실시되는 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열심히 일하면 잘살게 된다’는 항목에서 “그렇다”고 응답한 한국인은 45.6%에 불과했다. 1990년 81.1%에서 반 토막이 났다.

▷올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연구보고서에서도 계층 이동 가능성에 대한 불안이 확산된 것으로 드러났다. 2013년과 2017년 통계청의 사회조사를 분석했더니, 자신의 계층 이동 가능성을 높게 본 30세 미만 청년이 2013년 53.2%에서 2017년 38.4%로 줄었다. 개인의 노력이 아닌 외부 자원에 의해 계층이 결정된다는 의식이 굳어진 배경에는 취업절벽을 마주한 청년층의 불안정한 일자리, 집값 상승 등에 따른 심리적 빈부 격차 등이 존재한다. 그 밑바닥에 숨겨진 공통된 정서라면, 사회적 경제적 취약계층은 아무리 노력해도 빈곤의 대물림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절망감일 터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세계 가치관 조사’에서 한국인의 행복감은 꽤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는 점이다. ‘현재 행복하십니까’라는 문항에 긍정적 응답이 89.1%에 이른다. 2001년 87.7%였는데 80%대 후반을 꾸준히 지키고 있다. 안심하기엔 이르다. ‘수저계급론’이 풍자적 표현이 아니라 실제 상황으로 바뀌는 순간, 이런 주관적 행복감은 사라질 것이 뻔하다. 공소(空疏)한 구호 대신 사다리 복원을 위해 당장 해야 할 일부터 차근차근 실행에 옮겨야 할 이유다.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계층 이동의 사다리는 곧 희망의 사다리란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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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계층 이동#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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