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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이태훈]자사고 폐지는 역사적 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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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이태훈]자사고 폐지는 역사적 퇴보

이태훈 정책사회부장 입력 2019-01-28 03:00수정 2019-01-28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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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훈 정책사회부장
자율형사립고의 태생과 성장 과정을 보면 우리 민주주의 발전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국민 자유와 각 분야 자율성이 확대돼 온 역사 진보의 흐름과 일치해서다. 산업화 시절 교육은 효율적인 지식 전달 체계였지만 배움의 내용과 학교의 모습이 일률적이었다.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이 사교육을 근절한다는 명분으로 고교평준화 정책을 전면적으로 시행해 전국 고교의 특색이 많이 퇴색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국정철학으로 삼았던 대통령답게 자사고를 통해 고교 교육의 질적인 도약을 모색했다. 2002년 자립형사립고란 이름으로 처음 도입된 자사고는 고교평준화에 따른 획일적 교육을 바로잡아 다양화와 특성화를 확대하고 수월성 교육을 추구했다. 이명박 정부가 자율형사립고를 확대해 현재 전국에는 서울 하나고, 강원 민족사관고, 전북 상산고, 경북 포항제철고 등 총 42곳의 자사고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다양성을 인정한 이전 정부와는 180도 다른 자사고 정책을 펴고 있다. 자사고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자사고 폐지를 향한 실질적인 절차에 돌입했다. 최근에는 시도교육청이 5년에 한 번씩 하는 재지정 평가의 커트라인을 종전보다 10점 또는 20점이나 올려 재지정 대량 탈락 사태가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 인천 경기 부산 대구 울산 충남 전남 경북 등 9개 시도교육청은 기준점을 10점 올렸고, 전북도교육청은 20점 높였다.

기준점을 한 번에 10점이나 20점 올린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평가기준도 자사고에 불리한 ‘1인당 학부모 부담 교육비’ 등의 항목을 교육청이 임의로 추가할 수 있도록 재량평가 지표 점수를 늘렸다. 자사고에 점수를 짜게 줄 수 있는 여러 장치가 마련되면서 ‘재지정 평가를 이유로 문 닫게 하려는 것 아니냐’는 존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상산고는 최근 교육부와 전북도교육청에 시정요구서를 제출했지만 교육당국은 요지부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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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재지정 평가를 받는 자사고는 전체 42곳 중 24곳이다. 3월까지 학교별 만족도 조사를 한 뒤 4, 5월 평가를 실시한다. 이후 결과를 토대로 시도교육감이 지정 취소를 결정하면 6월에 교육부 장관에게 동의를 요청해야 한다. 교육부 장관은 7월에 지정위원회 심의를 열어 자사고 재지정 취소를 확정할 수 있다. 교육당국이 자사고 폐지의 핵심 이유로 드는 것은 당초 취지와 달리 우수 학생을 선점한 자사고가 명문대 입시기관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자사고 학생들의 대입 성적이 좋다는 측면에서는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자사고는 입시공부만 많이 하는 학교가 절대 아니다. 소외계층 봉사활동, 사물놀이, 오케스트라, 명사 초청 특강, 학술제 등 취미와 특기를 살리는 특색활동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한다. 학생들의 인성 함양은 물론이고 대입 수시에도 도움이 되니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상위권 학생을 독점해 일반고를 황폐화한 주범이라고 몰아세우지만 요즘은 추첨이나 교과지식 질문을 금지한 면접 등으로 신입생을 뽑아 이 주장 또한 설득력이 약해지고 있다. 대학입시가 고교 교육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게 엄연한 현실인데 대입 준비를 잘하기 위해 교과에 집중하고 공부를 많이 한다는 것이 비난을 받을 일인지도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자사고 폐지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자율성과 다양성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온 교육 분야의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른다는 점에서 역사적 퇴보다. 한쪽으로는 자사고 폐지를 획일적으로 밀어붙이면서 다른 쪽으로는 창의적 교육을 말하고 기초과학 노벨상 수상을 기대하는 것이 지금 우리 교육정책의 현주소다.
 
이태훈 정책사회부장 jefflee@donga.com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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