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강우’ 실험했지만…실용화 가능성 여전히 ‘희박’

  • 뉴시스
  • 입력 2019년 1월 25일 11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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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25일 실시된 인공강우 실험이 성공하더라도 당장 실용화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기술적 한계로 인해 인공강우로 만들 수 있는 비의 양이 적은 탓이다.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과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전북 군산에서 120㎞ 떨어진 서해상에서 인공강우가 미세먼지 저감에 효과가 있는지 분석하기 위한 합동 실험을 진행 중이다.

당초 인천 덕적도 인근 서해상에서 실시할 예정이었지만 기상 여건이 좋지 않아 실험 장소를 바꿨다.

인공강우란 구름은 형성돼 있지만 비를 뿌릴 정도의 기상 여건이 조성되지 못했을 때 그 여건을 만들어줘 강우 효과를 얻는 것이다.

원리는 ‘구름에 비 씨앗 뿌리기’다. 빗방울을 만드는 씨앗이 적어 구름 속 수분이 빗방울을 형성하지 못할 때 인공비 씨앗을 뿌려주면 수분이 폭발적으로 달라붙어 빗방울이 된다. 인공비 씨악으로는 요오드화은이나 염화나트륨, 드라이아이스 등을 활용한다.

이번 실험에서는 인체 유해성이 없는 요오드화은을 분당 40g을 사용했다. 시속 350㎞ 이상의 속도로 비행하는 기상항공기가 요오드화은 연소탄을 살포하는 식이다.


기상과학원은 요오드화은 살포 후 구름과 강수 입자 변화를 관측했으며, 천리안 기상위성과 기상레이더를 활용해 인공강우 생성 효과를 분석하게 된다.

환경과학원은 요오드화은 살포 전후 미세먼지 농도 변화를 연속적으로 관찰했으며,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분석한다.

실험 결과 중 기상 분야는 오는 28일 발표하고, 보다 과학적인 분석 결과는 전문가 의견을 거쳐 한 달 뒤 공개할 예정이다. 인공강우는 애초 가뭄 대책의 하나로 등장했다가 최근 들어 미세먼지를 해소할 대안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인공강우를 활용해 미세먼지 저감에 효과를 본 사례는 없다.

인공강우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미국은 인공강우를 미세먼지 제거에 활용하고 있지 않다. 중국과 태국은 미세먼지 대책으로 인공강우를 썼지만 그 효과를 공식적으로 내놓진 않고 있다.

국내의 경우 가뭄에 대비한 인공강우 실험이 2008~2017년 10년 간 총 42차례 이뤄졌을 뿐,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가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42차례 중 비가 실제로 내린 사례도 절반이 채 안되는 16차례였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인공강우 기술력은 걸음마 수준이다.

게다가 2시간 동안 10㎜ 넘는 비가 와야 초미세먼지 농도가 10% 가량 줄어든다고 한다. 그러려면 장대비를 내리게 할 정도의 비구름이 있어야 하는데, 겨울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한반도에선 비구름 자체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인공강우로 만들어냈던 비의 양은 0.8㎜ 정도다.

주상원 기상과학원장은 “국내 인공강우 기술이 최고 기술국인 미국의 73.8% 수준 밖에 안된다. 기술 격차만도 6.8년”이라며 “인공강우가 일정 이상의 세기와 지속시간만 확보할 수 있다면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있겠지만 현재 기술로는 현장에서 미세먼지를 개선할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번 실험이 ‘재난’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강구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급조된 이벤트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김종석 기상청장은 “일회성 실험이 아닌 연중 15차례 계획돼 있었고, 올해 첫 실험을 수행하면서 미세먼지 변화 여부를 확인하는 연구를 추가한 것”이라며 “인공강우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면 현재 기초연구 단계에 있는 기술을 실용화할 수 있도록 추가 연구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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