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캐년 추락 男 가족 두 번 울린 신상털기…누리꾼 “있는 집 자제라던데”

  • 동아닷컴
  • 입력 2019년 1월 24일 10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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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배드림 캡처.
보배드림 캡처.
부산 동아대학교 수학과 휴학생 박준혁 씨(25)가 미국 그랜드캐니언(그랜드캐년) 여행 중 추락 사고를 당해 혼수상태에 빠진 가운데 일부 누리꾼들이 박 씨 가족의 신상을 털어 공유해 논란이다.

캐나다에서 1년간 유학을 마친 박 씨는 한인 여행사를 통해 귀국을 하루 앞두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그랜드캐니언(그랜드캐년)을 관광하다 발을 헛디뎌 수십 미터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늑골 골절상과 뇌출혈 등을 일으킨 박 씨는 플래그스태프 메디컬센터로 옮겨져 골절 부위 수술을 받았지만 아직까지 의식불명 상태다.

현재 박 씨는 수술 등을 포함해 병원비가 약 10억원을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으로의 이송비용도 2억원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박 씨를) 한국에 데려오고 싶지만 관광회사와의 법적 문제와 치료비 문제로 불가능한 상태다"라며 국가가 국민의 일원인 박 씨를 고국으로 돌아오게 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그러자 해당 청원을 반발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일부 누리꾼들이 박 씨의 여동생의 신상을 털기 시작했다. 24일 차량 전문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박 씨의 여동생이 명품 벨트와 신발을 신었다고 주장했다. 글쓴이는 "있는 집 자제분이라는 소문이 있어서 SNS 체크를 해봤다"라고 했다.

글쓴이는 박 씨의 여동생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SNS 사진을 올리며 "해외여행도 꼬박꼬박 다닌 거 같고, 명품 신발에 벨트. 가방도 좋은 거 같고"라며 "성금 모금 같은 건 국가에서 도와줘도 되는데 병원비를 우리 세금으로 낸다니. 그럼 해외여행도 못 가는 우리들은 뭐냐. 알바하며 학자금 열심히 갚는 학생들은? 전 조금 불편하네요"라고 주장했다. 박 씨의 여동생이 게시물 속 여성과 동일인물임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 글은 보배드림 외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졌고, 대부분 누리꾼들은 과도한 신상털기는 '마녀사냥'이라고 지적했다.

누리꾼들은 "나라에서 뭐 지원해준 것도 아닌데 난리다", "누리꾼이 뭔데 팩트체크라면서 남의 신상을 터냐. 저 가족이 범죄자냐 공인이냐. 선 넘지 마라", "단순히 돈 많으니까 국가에 기대지 말고 알아서 하라는 거냐?", "가족들 지금 정신 없을텐데 적당히 좀 해라", "너무 나갔다", "역지사지 좀 생각해라", "도와줄 것도 아니면 신상 털지마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주 로스앤젤레스 대한민국 총영사관의 황인상 부총영사는 23일(현지시간) 박 씨 사고와 관련해 "가족과 수시로 연락해 상황을 점검 중"이라며 "박 씨가 입원한 플래그스태프 메디컬센터에 현지 영사협력원을 보내 행정적인 문제를 돕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병원비 문제와 한국 이송 문제도 계속 협의하는 것으로 안다"라며 "대한항공·아시아나 등 국적 항공사 측과도 이송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불의의 사고나 범죄를 당할 경우 재외공관(대사관·총영사관) 현지 의료기관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단 재외공관이 의료비는 대신 지불해줄 수 없고, 병원과 의료비를 교섭할 수도 없다.

김소정 동아닷컴 기자 toy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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