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용 떠났지만… 우리에겐 또 다른 용이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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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없이도 살아남을 수 있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파울루 벤투 한국축구대표팀 감독(50)은 핵심 선수인 기성용(30·뉴캐슬)을 잃은 심경을 무거운 목소리로 전했다. 기성용은 현 대표팀 선수 중에서 가장 많은 110번의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를 소화한 대들보다. 골키퍼부터 시작해 최전방 공격수로 이어지는 벤투호 패스 길의 사실상 시작점이기도 했다.

22일 오후 10시(이하 한국 시간) 열리는 바레인과의 2019 아랍에미리트 아시안컵 16강전을 하루 앞둔 21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막툼 빈 라시드 경기장. 토너먼트 첫 경기를 앞둔 벤투호의 공식 기자회견이 열리기 직전 기성용은 소속팀에 합류하기 위해 영국으로 떠났다. 벤투 감독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햄스트링(허벅지 뒤쪽 근육)을 다친 이후 재활에 힘쓰다가 최근에야 훈련에 복귀했다. 하지만 19일 다시 통증을 호소해 검사한 결과 이번 대회에는 뛸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가 빨리 회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벤투 감독과 함께 기자회견장에 나온 황의조(27·감바 오사카)는 바레인전에 임하는 당찬 각오보단 기성용이 떠난 것에 대한 심정을 밝히거나 대응 방안을 설명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했다. 황의조는 “팀의 중심에 선 선수였고 저를 포함해 후배들이 잘 따르는 선배였는데 많이 아쉽다”면서도 “그래서 우승을 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기성용이 빠지면서 그의 단짝인 이청용(31·보훔·사진)이 대표팀의 ‘터줏대감’이 됐다. 이청용은 2006년 FC 서울 2군에서 기성용을 처음 만나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과 2014 브라질 월드컵에 함께 출전하며 산전수전을 함께 겪은 베테랑이다. 이청용은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는 나서지 못했지만 벤투호에서는 기성용 다음으로 A매치 출전 기록(85회)이 많다.

벤투 감독은 “축구는 인생의 일부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다. 그는 다시 돌아왔고 훈련에서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청용의 활약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사실 이청용은 여동생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전(16일)이 끝난 뒤 한국에 잠시 들렀다 20일 다시 대표팀 훈련에 복귀했다. 공교롭게도 이청용이 복귀한 날 기성용의 소속팀 복귀가 결정됐다. 이청용으로선 대회 기간임에도 자신의 개인사를 배려해준 벤투 감독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기성용의 공백을 잘 메워야 하는 상황이다.

후배들의 정신적 지주로 주장 손흥민(27·토트넘)의 부담을 덜어주던 기성용의 역할도 이젠 이청용에게 돌아갔다. ‘손(흥민)-기(성용)’가 이끌던 대표팀의 분위기는 이제 ‘손(흥민)-(이청)용’의 손으로 넘어간 것이다. 벤투 감독도 이청용이 기성용의 공백을 잘 메워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미로슬라프 수쿠프 바레인 감독(54)은 “한국에 대한 정보는 많다. 하지만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상대하는 팀들도 리오넬 메시의 정보를 가지고 있지만 잘 막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스페인의 명문 바르셀로나처럼 강하고 에이스인 손흥민은 메시와 같은 존재라는 뜻이었다.

두바이=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한국축구대표팀#기성용#이청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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