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골잡이 황의조, 첫 터치가 차이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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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월 8일 15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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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축구대표팀 황의조가 7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대한민국과 필리핀의 경기에서 1대 0으로 승리한 후 환호하고 있다. © News1
아시안컵 축구대표팀 황의조가 7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대한민국과 필리핀의 경기에서 1대 0으로 승리한 후 환호하고 있다. © News1
토트넘의 새해 첫 경기였던 지난 2일 카디프시티전. 이날 손흥민은 왜 EPL 전체가 자신을 주목하고 있는지 소위 ‘클래스’가 다른 플레이를 선보였다. 손흥민은 팀이 2-0으로 앞서고 있던 전반 26분 케인의 패스를 받아 박스 안 오른쪽에서 오른발로 대각선 슈팅을 시도, 골망을 갈랐다. 산뜻한 새해 첫 골이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득점을 성공시킨 뒤 아무렇지 않은 듯 세련된 세리머니를 선보였으나 사실 입이 떡 벌어지는 수준의 플레이었다.

케인과 같은 속도로 쇄도해 들어가다 케인과 그리 멀지 않은 지점에서 짧은 패스를 받아야했던 상황이다. 게다 수비수가 따라붙어 터치가 조금만 길었다면 빼앗겼을 확률이 크다. 터치가 조금만 불안했다면 슈팅은 구사조차 쉽지 않았다.

그런데 손흥민은 마치 발레하듯 우아하게 공을 감싼 다음 순간적인 몸짓으로 수비수의 타이밍을 빼앗은 뒤 절묘한 슈팅을 성공시켰다. 결국 첫 터치가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좁은 공간에서 속도감 처리가 강조되고 있는 현대축구에서 퍼스트터치의 정확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것이 가능해야 다음 전개가 가능하다. 왜 황의조가 손흥민 버금가는 활약상으로 축구인들의 찬사를 받고 있는지, 그의 첫 터치를 보면 이해된다.

아시안컵 축구대표팀 황의조가 7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대한민국과 필리핀의 경기에서 슈팅하고 있다. © News1
아시안컵 축구대표팀 황의조가 7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대한민국과 필리핀의 경기에서 슈팅하고 있다. © News1
59년 만에 아시안 정상탈환을 노리는 축구대표팀이 7일 필리핀을 상대로 C조 조별리그 1차전을 치렀다. 어떤 팀이든 첫 경기는 부담스럽고 생각처럼 잘 풀리지 않지만, 한국은 예상보다 더 힘겨운 경기를 펼쳤다. 백전노장 에릭손 감독의 지휘 아래 제법 잘 조련된 필리핀은 많이 빠르게 뛰면서도 간격을 잘 유지하는 단단한 수비벽을 세워 한국 선수들을 괴롭혔다.

공을 돌리다 빼앗기고 투입하다 차단 당하기를 반복하면서 허울뿐인 점유율 축구에 그치던 대표팀은 후반 22분에서야 값진 득점에 성공했다. 손흥민이 아직 가세하지 않은 대표팀의 공격을 이끄는 황희찬-황의조 콤비의 공이 컸다.

황희찬이 저돌적인 돌파로 골라인까지 치고 들어가다 문전으로 낮은 패스를 보낸 것이 단초였다. 그리고 이를 황의조가 첫 터치 후 전매특허 같은 터닝슈팅으로 연결, 굳게 닫혀 있던 필리핀의 골문을 열었다.

각도가 크지 않았고 앞에 수비수 2명이 순간적으로 몸을 날리는 통에 조건이 더 까다로웠은데 강하고도 정확하게 때렸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황희찬의 패스가 자신을 향할 때 내린 빠른 판단과 절묘한 첫 터치다.

황의조는 황희찬의 패스가 투입되자 오른발로 툭, 골대 반대 방향으로 공을 벌려 놓았다. 그리고 한 번 더 스텝을 밟아 다시 오른발로 터닝슈팅을 구사했다. 만약 공을 골대 쪽으로 돌려놓았다면 수비에 걸릴 확률이 컸다. 필리핀 마크맨도 괜히 달려들지 않고 문 앞에서 기다렸다. 하지만 황의조는 스스로 터닝 슈팅에 자신이 있었기에 공간을 만들었고, 그리 멀지 않은 절묘한 위치에 공을 떨어뜨린 뒤 곧장 슈팅을 시도했다.

이 장면을 포함, 답답했던 필리핀전에서 그래도 슈팅다운 슈팅을 구사한 이는 황의조 정도였다. 와일드해 보이는 쇄도나 턴 동작, 그리고 슈팅 동작에 비해 그의 퍼스트 터치는 상당히 섬세하다. 황의조가 다른 공격수들에 비해 슈팅빈도가 높은 것은 일단 첫 터치가 슈팅을 구사할 수 있는 부근에 공을 떨어뜨려 놓는 확률이 높은 까닭이다.

골잡이의 생명은 골이고 슈팅 없이는 득점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전제할 때 첫 터치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 없을 전망이다. 황의조가 해결사 부재로 목마르던 한국 축구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는, 스스로 공들이고 있는 ‘첫 터치’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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