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현충원에 5년째 ‘얼굴 없는 천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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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직한 유가족에게 전달해달라” 자녀 입학 성금 익명으로 보내와

익명의 독지가가 전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어민혁 소령 등의 가족에게 전해달라며 국립대전현충원에 보내온 성금과 엽서. 대전국립현충원 제공
익명의 독지가가 전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어민혁 소령 등의 가족에게 전해달라며 국립대전현충원에 보내온 성금과 엽서. 대전국립현충원 제공
국립대전현충원에는 5년째 순직 군인 등의 유족들에게 전달해 달라는 ‘얼굴 없는 천사’의 성금과 선물이 답지하고 있다. 4일 권율정 현충원장 앞으로 도착한 우편물에는 전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어민혁 소령, 박정수, 권성호 중령의 자녀에게 전달해 달라는 글과 함께 입학 축하 성금이 담겨 있었다.

세 통의 엽서에 자녀들의 이름을 모두 적은 뒤 ‘입학을 축하합니다. 앞날에 건강과 행운이 함께하길…’이라는 손글씨를 남기고 각각 25만 원의 통상환증서를 동봉했다. 현충원은 이 독지가가 2017년 응급환자 이송 중 헬기 추락으로 순직한 선효선 간호장교, 2018년 수원비행장에서 순직한 블랙이글스 소속 김도현 소령의 자녀에게 교복 구입비를 보내준 인물과 동일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필체가 유사할 뿐 아니라 발신 우체국도 경기 수원역점으로 같기 때문이다. 현충원 관계자는 “성금으로 보내준 통상환증서의 경우 올해는 보낸 분 이름이 ‘이수명’이라고 적혀 있지만 다른 해에는 이름이 달라 실명을 알 수 없다”며 “감사의 마음이라도 전하기 위해 우체국에 전화를 걸어보기도 했지만 확인이 불가능했다”고 전했다.

이 독지가는 꽃병을 직접 묘소에 가져다 놓기도 했다. 2015년부터 최근까지 성금이 답지한 이들 순직 군인을 비롯해 현충원 내 50여 개 묘소에는 ‘가정주부’ 등의 이름으로 추모 문구가 적힌 꽃병이 놓이고 있다. 현충원 측은 이 독지가가 묘소를 방문해 추모한 뒤 비석에서 자녀들의 이름을 확인하고 엽서를 보낼 때 정확하게 적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충원은 7일 오후 3시 어민혁 소령과 박정수 중령 유가족을 현충원으로 초청해 성금을 전달했다. 권 원장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희생하신 호국영령을 추모하고 기리는 이런 분들의 마음은 그 무엇과도 바꾸지 못할 우리의 든든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국립대전현충원#전투기 추락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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