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생활고 시달리던 40대, “2000원만 꿔달라” 유언처럼 남기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일 22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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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2000원만 빌려달라고 나를 찾아왔었어요. 이렇게 될 줄이야….”

2019년 새해를 하루 앞둔 지난 달 31일 오전 11시 30분경. 서울시 중랑구 상봉동의 한 단독주택 주인 A 씨가 지하 월세방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세입자 김모 씨(45)는 주방 가스배관에 목을 맨 채 숨져 있었다. 방 안에는 맥주병 하나와 약봉지가 흩어져 있었고 유서는 없었다.

A 씨에 따르면 용달 차량으로 물류 운송 일을 하던 김 씨는 지난해 말부터 수입이 줄면서 힘들어했다고 한다. A 씨는 “김 씨가 ‘일이 없어 하루 수입이 3만~4만 원 밖에 안 된다’며 걱정을 많이 했었다”고 전했다.

김 씨는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15만 원짜리 지하 월세방에서 10년 넘게 살면서도 꿈을 키웠다. 착실히 돈을 모아 택시를 한 대 마련하는 것이 그의 꿈이었다. 집주인은 “김 씨가 하루도 일을 쉬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살았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0월 말에 당한 교통사고가 김 씨의 발목을 잡았다. 이때 사고로 허리를 다친 김 씨는 보름간 병원에 입원했고 이후로 일을 나가지 못했다. 그러면서 우울증도 얻었다. 이웃 주민 최모 씨(49)는 “12월부터 김 씨가 막걸리를 사서 방으로 들어가는 걸 자주 봤다”며 “참 선하고 좋은 사람이었는데 급격히 어두워졌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씨는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 계층에 해당하지 않아 지원금을 받지도 못했다.

경찰은 발견 당시 시신 상태로 봤을 때 김 씨는 새해를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중랑경찰서 경찰 관계자는 “유가족으로는 형이 한명 있어 시신을 인계했다”고 말했다.

한성희 chef@donga.comr·윤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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