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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발리볼] 선수들은 왜 팀과 숙소를 떠나려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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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발리볼] 선수들은 왜 팀과 숙소를 떠나려 하나

김종건 기자 입력 2019-01-02 17:29수정 2019-01-02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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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 나현정(왼쪽)-IBK기업은행 한지현. 사진제공|KOVO

선두권을 노리며 총력전을 펼치는 V리그 GS칼텍스와 IBK기업은행이 동시에 악재를 만났다. 주전 리베로 나현정(GS칼텍스)과 한지현(IBK기업은행)이 비슷한 시기에 팀을 이탈했다. 그동안 물밑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던 두 팀은 끝내 선수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더 이상 기다릴 형편도 아니어서 KOVO에 임의탈퇴선수로 공시를 요청했다. GS칼텍스는 12월31일, IBK기업은행은 12월28일에 각각 임의탈퇴요청 공문을 한국배구연맹(KOVO)에 접수시켰다.

● 임의탈퇴의 절차와 과정은 어떻게

임의탈퇴 선수가 되면 계약이 중단된 상태가 된다. 계약서에 남은 기간동안의 연봉을 받을 수 없다. 다른 프로팀으로의 이적도 불가능하다. 다만, 한달의 시간이 지난 뒤 구단과 선수가 모두 원하면 팀에 복귀할 수는 있다. 시즌을 앞두고 팀을 이탈했던 한국전력의 김인혁이 이런 과정을 거쳤다.


선수 입장에서는 여러 제약이 생기는 일종의 벌(罰)이기에 KOVO는 임의탈퇴 요청이 오면 반드시 선수 본인의 확인절차를 거친다. 임의탈퇴가 구단의 강요가 아닌지 여부와 임의탈퇴 될 경우 선수에게 따르는 여러 불이익을 설명하고, 선수의 자발적인 의사인지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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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현은 28일 KOVO와의 확인과정에서 임의탈퇴를 인정했다. 그래서 28일자로 임의탈퇴가 공시됐다. 나현정은 KOVO 담당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배구하는 게 싫어졌다”면서 자발적인 팀 이탈임을 확인해줬다. 결국 KOVO는 1월2일자로 임의탈퇴를 공시했다.

● 훈련 도중 갑자기 팀을 떠난 한지현

한지현이 팀을 나간 것은 11월22일이었다. 전날 화성에서 GS칼텍스에 승리한 IBK기업은행은 24일 현대건설과의 경기를 앞두고 훈련을 했다. 주전 선수들은 오전 훈련을 생략한 뒤 오후에 체력보강 운동에 이어 수비훈련을 하던 중이었다. 한지현은 이때 훈련에 불만이 있었던지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 이 것을 본 이정철 감독이 따끔한 지적을 했는데 이후 훈련을 하지 않고 버티다가 숙소의 자기 방으로 혼자 가버렸다. 동료가 “빨리 감독님에게 죄송하다고 하고 훈련하자”면서 달랬지만 거부했다. 그날 밤 어느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짐을 싸서 숙소를 나갔다. 한지현이 왜 불성실한 훈련태도와 함께 주위의 만류에도 팀을 떠났는지는 미스터리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흥국생명에서 FA선수로 영입한 것도 이 감독이었고 시즌 내내 주전선수로 뛰게 해준 것도 이 감독이었기 때문이다.

구단은 한지현의 행동에 실망했지만 선수생명을 위해 대외적으로는 부상을 결장의 이유로 들었다. 박상미가 대타로 갑자기 등장하게 된 이유였다. 동시에 타 구단으로의 이적을 추진했다. 하지만 그의 무단이탈 소식이 이미 다른 구단들의 귀에 들어간 상태여서 이적이 쉽지 않았다. 한지현은 실업팀에서의 선수생활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BK기업은행과의 인연은 끝났다.

● 감독과 면담을 하고 팀을 떠난 나현정

나현정은 다른 케이스다. 구단은 물론 감독과도 충분한 상의를 거쳤다. 나현정이 팀을 나간 것은 12월 12일이다. 그는 GS칼텍스 차상현 감독에게 면담을 요청해 “너무 힘들다. 배구를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 팀 최선참으로 후배들을 이끌어야할 주전선수가 갑자기 팀을 떠난다고 하자 감독은 황당해 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해주겠다. 분위기 전환을 위한 여행과 심리상담, 원할 경우 당분간 집에서 쉬어도 좋다”면서 달랬다. 나현정은 구단과 감독에게 인사도 하고 숙소를 떠났다. 구단은 이후 그의 마음을 돌리려 노력했다. 3차례나 집을 찾아가 설득했지만 뜻을 꺾지 못했다. 선수생활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보통 사람이 생각하는 것 이상이었고 지금 당장은 그 것에서 벗어나고픈 마음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구단은 임의탈퇴 공시에 앞서 나현정과 충분한 얘기를 나눴다. 임의탈퇴의 불이익과 여러 사항들을 설명한 뒤 “언제라도 돌아올 마음이 생기면 와라. 시간여유를 충분히 주겠다. 우리는 기다리겠다”는 뜻을 알렸다. 김용희 사무국장은 “팀을 위해 오랜 시간 봉사한 선수를 위한 배려다. 당분간 배구를 떠나서 쉬면서 머리를 식힌 뒤 하루라도 빨리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그는 언젠가 다시 팀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 왜 선수들은 팀을 떠나려고 하나

은퇴선수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선수는 유니폼을 입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하지만 당시는 그 사실을 모른다. 만일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더 열심히 하겠다”는 내용이다. 은퇴선수들은 이처럼 유니폼의 축복을 말하지만 지금 당장 승패의 스트레스와 반복되는 훈련에 지친 선수들은 가끔 일탈을 꿈꾼다. 숙소이탈은 그런 과정에서 나온다.

이를 놓고 누구는 선수들의 프로의식 결여를 지적한다. 물론 당사자만 아는 어려움을 겪어보지 않는 사람들이 하는 책임 없는 말일 수도 있다.

남자선수보다는 여자선수들에게서 숙소이탈이 자주 나오는데 배구선수가 된 뒤로 오랫동안 이어진 숙소생활과 운동 이외의 다른 것과 담을 쌓고 살아온 생활환경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실업배구 선수가 되면 지금처럼 힘들게 하지 않고 운동해도 연봉에 큰 차이가 없다는 생각도 선수들이 다른 생각을 품게 만드는 요인으로 보인다. 많은 팬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떠난 그들이 빨리 코트로 돌아오기를 바란다. 이 것만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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