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발빼는 트럼프에 불안감… 군사력 강화 나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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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간 군사문제 숨죽여온 獨, 대서양 동맹 흔들리자 방위비 늘려
2025년까지 병력 2만명 확충… 폴란드-불가리아 등 주변국 경계심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가로 70년 동안 군사, 안보 문제에서 숨죽여 온 독일이 트럼프발 새로운 세계 질서 재편에 맞춰 적극적인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통해 안보 문제를 해결하겠으니 자체 국방력 증대는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보내 왔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세계 경찰국가 역할을 포기하겠다”는 트럼프는 독일에 방위비를 늘리라고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이런 기류 아래 독일은 2025년까지 병력을 2만1000명 늘려 현역군을 20만 명 이상 확보하고,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2% 수준인 방위비를 2024년에 1.5%까지 늘릴 계획이다.

인구가 8000만 명이 넘는 독일은 GDP 규모가 3조6700억 달러에 이르는, 유럽연합(EU)에서 인구, 경제 규모 1위국이지만 군사력은 프랑스, 영국에 못 미친다. 주변 국가는 물론이고 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전쟁 트라우마가 생긴 독일 국민도 국방력 확대를 원치 않았다. 1950년대 중반 독일연방군이 생겼지만 전문 군인이라기보다 유니폼을 입은 시민군으로 여겨질 정도였다. 1990년 48만 명에 이르던 병력은 독일 통일에 이은 냉전 종식 분위기 등으로 2015년엔 16만 명으로 급감했다.

대서양 동맹이 흔들리고 안보 위기감이 높아지자 독일 국민 사이에서는 자체 방위 능력을 높여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지난달 발표한 독일 국민 대상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방비 증가에 찬성하는 응답자는 43%로 지난해 같은 조사(32%) 때보다 늘어 현행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40%)는 응답을 앞섰다. 2014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커지는 러시아의 위협과 이슬람 급진세력들의 잇따른 테러로 안보 위기감이 높아진 점도 한몫했다.

독일은 부족한 병력을 채우기 위해 독일에 거주하는 EU 국적의 외국인 중 독일어가 능숙한 이들까지 영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당인 기독민주당을 중심으로 징병제 부활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주변국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당장 독일이 용병을 도입하면 젊은층의 추가 유출이 우려되는 폴란드, 불가리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폴란드는 최근 나치 학살에 대한 추가 보상을 요구하는 등 2차 세계대전에 대한 앙금은 여전하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독일 군사문제#군사력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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