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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김정은 ‘남북 철도 연결’에 집착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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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김정은 ‘남북 철도 연결’에 집착하는 까닭

윤성학 고려대 러시아CIS연구소 교수 입력 2018-12-19 15:08수정 2018-12-19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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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한반도공약 이뤄 ‘정권 재창출’ 金-114조 경의선 고속철 ‘대박’
● 金 통치자금 확보
● ‘천문학적 비용’ 한국에?
● 중·러 참가시켜 정치 리스크 줄여야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0월 5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제12회 세계한인의 날 기념식에서 모형 기차를 들고 유라시아 철도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동아DB]

2018년 12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KTX 강릉선 탈선 사고를 질책하면서 고강도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최근 국가기간시설 사고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데 철도 분야를 콕 찍어서 지적한 것은 그만큼 철도에 관심이 많다는 방증이다. 특히 사고 시점이 북한 철도를 조사하고 온 직후라서 문 대통령은 더 신경이 쓰였는지 모른다.

통신으론 ‘폼’ 안 나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남북경협의 핵심은 남북 철도 연결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마찬가지로 이 문제에 지대하게 집착하는 것으로 비친다. 김 위원장이 한국을 방문한다면 개성에서 기차로 군사분계선을 지나 서울역까지 온다든지 해서 철도를 반드시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철도에 왜 이렇게 집착하는지, 그 문제점이 무엇인지 짚어봤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통일정책 공약은 ‘한반도 신경제지도’다. 남북한이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하나의 시장을 형성해 경제 활로를 개척하고 경제통일의 기반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이 네트워크는 철도, 도로, 항만, 가스관, 전력선, 통신이 거론된다.

현실적으로 당장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분야는 철도와 도로라고 문재인 정부는 생각한다. 가스관, 전력선 등은 러시아와 협력이 필요하다. 항만, 통신은 역사적 남북사업으로는 ‘폼’이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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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철도 연결은 한반도 신경제지도 공약의 백미다. 이 공약을 성공적으로 실행하는 것으로 비치면 정권 재창출에 한결 가까워진다.

문재인 정부로서는 남북 철도 연결은 대륙으로의 진출이라는 명분도 있지만 대규모 인프라 건설 사업에 따른 부대효과도 기대하는 것 같다. 침체에 빠진 한국 건설업계에 큰 일감이 주어진다. 한국 토목기업이 설계와 엔지니어링에 참여하고 건설을 주도하면 고용 창출 효과가 나타난다. 또한 기계 및 플랜트 기업들도 수주 호기를 맞는다.

공단, 특구, 관광지 그리고 통치자금

김정은의 최대 관심사가 철도라는 점은 문 대통령이 수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확인했다고 한다. 철도 연결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해결할 수 있다면 비용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국제사회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철도 연결로 보상하기 때문이다.

철도 연결을 비핵화 보상 카드로 생각한다면, 한국은 중국보다 먼저 나서야 한다. 2018년 6월 북·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신의주-개성 간 철도 및 도로 개·보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철도 기술 노하우도 풍부하고 차량 가격도 저렴하다. 정상적 입찰에 들어가면 한국이 우위에 설 가능성이 높지 않다. 이런 점에서 한국이 주도적으로 남북 간 표준화와 노선, 합작사 등을 선점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문재인 정부 측은 판단하고 있는지 모른다.

김정은 위원장이 철도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김 위원장은 2018년 6월 3차 중국 방문 때도 따로 시간을 내 베이징의 철도 인프라 기업을 방문했다. 이해 2월 동생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을 보기 위해 강릉선 KTX를 탔으며, 이후 KTX 탑승 보고서를 김정은에게 제출했다고 한다. KTX에 관심이 생긴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평창올림픽에 갔다 온 분들이 말하는데 평창 고속열차가 다 좋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철도에 꽂힌 것도 김정은의 적극적인 관심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철도에 오매불망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철도 보수·신설은 북한 경제 업그레이드와 해외투자 유치에 직결된다. 김 위원장은 원산을 국제관광지로 만들려고 하고, 신의주를 경제특구로 개발하려고 한다. 여기에 대한 김 위원장의 의지는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원산이 금강산과 엮여서 국제관광지가 되려면 일단 한반도 내 집토끼인 한국 국민을 관광객으로 많이 유치해야 한다. 동해선 철도·도로로 원산이 한국과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신의주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신의주는 경의선의 종착지이자 중국 철도로 연결되는 시발점이다. 경의선이 중국으로 시원하게 연결돼 열차가 쾌속으로 달리면 신의주 경제특구의 성공 가능성은 한층 커진다.

경의선에 놓여 있는 개성의 경우, 김 위원장은 개성공단 재개를 학수고대한다. 개성공단이 철도와 연결되면 한국에서 원료를 들여오고 생산품을 한국으로 보내기가 더 수월해질지 모른다. 개성공단과 유사한 성격의 공단들이 북한 경의선 노선을 따라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개발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수도 평양의 경우, 경의선이 활성화하면 한국인들 사이에서 관광명소가 될 것이 틀림없다. 김정은 정권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한 번쯤 가서 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북한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이들은 비행기보다는 철도로 평양에 가려고 할 것이다. 기차 차창 밖으로 북한 풍경을 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기 때문이다. 경의선 연결로 평양을 찾는 한국 관광객이 많아지면 이는 북한의 외화 수입 증대로 직결된다.

김 위원장의 정권 운용과 북한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 틀림없다. 물론 경의선 개통으로 남북한 인적·물적 교류가 활성화하면 이것은 김정은 정권의 통제 체제를 위협할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은 철도를 통해 북한을 찾는 한국인과 외국인의 동선을 현지 주민들과 철저히 분리함으로써 외부의 바람을 차단하려고 할 것이다. 대신 ‘상당한 규모의 통치자금을 확보할 수 있고 이것은 체제 안전의 기반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그는 단순한 철도 복원이 아니라 고속철을 염두에 두고 있다. 북한은 2014년 중국과 고속철도 건설에 합의한 바 있다. 2018년 6월 남북철도협력 분과회의에서도 고속철도에 관심을 드러냈다. 당시 한국은 북한 기존 철로를 개·보수해 기차 속도를 시속 70~80km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안을 제안했다. 북한은 이를 거부하고 고속철도를 깔아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결국 양측 회담은 ‘높은 수준의 현대화’라는 합의 문구로 정리됐지만 김정은이 원하는 것은 고속철임이 분명하다.

金 뜻대로, 경의선 고속철 만들려면…

북한 철도 현대화가 복선전철이 될지 고속철이 될지는 미지수이지만 그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정양석 자유한국당 의원실은 북한 철도·도로의 현대화 비용이 인건비를 제외하고도 적어도 43조 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개성-신의주로 연결되는 경의선 412km를 복선전철로 만들려면 약 13조 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계산됐다. 김 위원장이 원하는 고속철은 1㎞당 481억 원이 들어 20조 원가량 소요된다. 여기에 건설 단가에 포함되지 않은 차량 구입비, 인건비, 전력 설치 공급비 등을 더하면 비용은 두 배 이상 치솟을 수 있다.

장도성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남북 철도 연결사업을 진척시키려면 선로 인프라 비용 91조 원, 차량비용 11조 원, 철도 시스템 비용 11조 원을 포함해 114조 원의 건설비용이 투입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과연 이만큼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해 북한 철도를 현대화하거나 고속철화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타당하냐는 점이다. 북한을 통과국가로 가정할 때 한국과 동북 3성 및 시베리아횡단철도를 이어주는 철도물류의 경제성은 거의 없다. 기존 해상물류가 없는 것도 아니다. 북한 통과가 ‘엄청난 경제적 기회’가 될 수도 없다.

해상물류는 선적, 운송기간, 하역에서 조금 불리하지만 철도보다 훨씬 많은 물량을 실어 나를 수 있어 경제적으로 철도보다 저렴하다. 철도의 북한 통과비용도 만만찮을 것이다. 게다가 대륙으로 가는 컨테이너들이 다시 한국으로 오는 물류가 없는 이상 실제 비용은 크게 증가한다. 결국 남북 철도 연결이 경제성을 가지려면 화물이 아닌 여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현대 철도에서 가장 큰 수익은 화물 수송이 아닌 여객 수송에서 나온다. 한국에서 철도 수익은 경부선 KTX에서만 발생한다. 같은 선로 안에서 여객 수송이 우선이고 화물 수송이 그것을 보조하는 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북한 통과 철로도 화물이 아니라 여객 위주로 운영돼야 적자가 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신의주 구간은 여객 운송 위주 고속철이 적합할지 모른다. 이 구간을 타고 다닐 대부분의 사람은 한국과 중국의 사업가와 관광객이 될 것이다. 거대한 중국의 고속철 철도망에 우리나라 철도망을 연결하면 이용객은 더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 구간 고속철 여행객이 어느 정도 될지는 알 수 없다. 한국인, 중국인, 북한인에게 북한 구간 철도 이용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큰 폭의 적자가 불가피하다. 여행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되더라도 서울-신의주 고속철이 항공편 등에 비해 가격·시간 경쟁력을 얼마나 가질지 알 수 없다.

가장 많은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고성-두만강 781km 동해선은 유보하거나 장기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해선의 경우 휴전선 남측인 강릉~제진(104.6㎞) 구간에는 아예 철로가 없어 신설해야 한다. 여기엔 천문학적 토지 수용비용이 발생한다. 동해선은 철도보다는 도로 건설이 훨씬 바람직해 보인다.

장기적으로 남북 통합을 염두에 둔다면, 북한이 체제전환기일 때 고속철을 건설해야 토지보상비가 적게 들어간다. 북한의 시장경제화가 진척되면 토지 가격이 비싸져 직접 건설비보다 토지보상비가 더 들어갈 수 있다. 현재 저가의 북한 노동력을 사용한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서울-신의주 구간에 일반 철도를 깔고 나중에 고속철을 다시 놓는 것보다 처음부터 고속철을 놓아야 경제적이고 사업 효과도 크다.

‘중·러 참여’ 필수?
경기 파주시 경의선 임진강역에 다음 정거장으로 평양이 표기돼 있다. [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남북 철도가 연결되기 위해서는 북한 비핵화가 본격적으로 궤도에 올라야 한다. 또한 철도 연결의 사업 타당성이 확보돼야 한다. 나아가 철도 노선의 소유권·운영권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 사업 타당성이나 노선을 검토하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고 큰 비용이 들지 않으므로 비핵화 이전에 먼저 착수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철도 노선의 소유권·운영권이다. 한국 자본이 들어간다면, 철도의 소유와 운영에서 한국은 당연히 지분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북한 땅에 있는 철도에 대해 지분을 주장하는 것은 한국 입장에서 쉽지 않은 문제다. 북한이 정치적인 이유로 철도를 끊어버리면 한국은 넋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다. 확실한 보장책이나 통제 방법 없이 남북 철도를 놓으면 나중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철도가 다 완공된 뒤 북한이 트집을 잡아 철도를 국유화하고 한국의 지분을 빼앗아갈 수도 있다. 아니면 통과 운임을 비정상적으로 높게 부과한 뒤 그 수익을 독차지할 수도 있다.

북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 사업에 중국과 러시아를 끼워 넣는 방법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한국·북한·중국이 합작법인을 설립해 이 법인이 서울-신의주 구간을 건설 및 운영하면 남북관계가 일시적으로 안 좋아져도 북한이 함부로 행동할 수 없다.

러시아의 풍부한 전기를 고속철에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마찬가지로 북한 나진과 러시아 하산 구간 철도를 복선화하고 나진 부두에 한국과 러시아가 함께 투자한다면 북한이 러시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 컨소시엄을 통해 일종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면 북한 리스크도 줄일 수 있고 국제기구나 민간 금융기관도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진다.

‘일대일로’ 교훈

남북 철도 연결에 비판적인 일부 진영은 ‘대북 퍼주기’ 논란, ‘북 철도 예산 전용’ 논란을 일으키고 있거나 그럴 태세다. 중국이 유라시아 국가들에 인프라를 설치해주는 일대일로 사업은 투명하게 추진되지 않았다. 사회주의 국가나 독재국가에선 외자 유치 사업에 권력층 상납이 비일비재하다. 남북철도 연결은 이런 논란이 나오지 않게 진행돼야 한다.

윤성학 고려대 러시아CIS연구소 교수 dima7@naver.com

<이 기사는 신동아 2019년 1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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