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연내 답방 3대 변수는 ①반대급부 ②남측 여론 ③준비 시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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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석 깔렸는데 결정 못하는 김정은… 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20일 삼지연초대소를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산책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20일 삼지연초대소를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산책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한미 정상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비핵화에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데 합의하면서 김 위원장의 서울행을 위한 ‘멍석’이 깔렸다. 이제 북한 최고지도자의 첫 서울행은 오롯이 김 위원장의 결정에 달린 모양새가 됐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여전히 답방에 대해 가타부타 말이 없다. 무엇이 그를 머뭇거리게 하는 것일까.

○ 파격 행보하던 김정은, 서울행엔 조심 또 조심

김 위원장이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서울 답방에 합의한 후에도 최종 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은 기대만큼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진척되지 못한 데 따른 측면이 크다. 그 결과로 대북제재가 건재하기 때문. 실제 한미 정상은 지난달 30일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환영하면서도 제재는 여전히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북한 주민에게 경제건설 총력에 나설 것을 독려하고 있는 김 위원장으로선 지금 서울에 와도 경협이나 제재 완화와 관련해 얻어갈 게 거의 없다는 얘기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김 위원장이 서울에 내려와도 가져갈 게 별로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서울은 북측이 원하는 통제가 가능했던 판문점, 평양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국제도시다. 이미 보수와 진보 단체들이 답방 관련 찬반 집회를 열고 있는 상황에서 답방이 현실화되면 집회 규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에서 실제 걱정하는 것은 격렬 집회 시 김 위원장의 신변 보장 못지않게 국제사회에 비칠 부정적 이미지”라면서 “격렬한 집회가 열려 사상자라도 나오면 김 위원장이 또 다른 논란의 중심에 서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9월 평양 정상회담 당시 “태극기부대를 이해한다”며 한국 내 보수 세력을 신경 쓰는 듯한 발언을 남측 인사들에게 했다고 한다.

시간적 여유가 충분치 않은 것도 현실적 이유 중 하나다. 정부는 답방 성사 시 고위급 회담이나 실무회담을 연 뒤 ‘김정은의 집사’로 통하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등이 사전 답사를 다녀가는 걸 염두에 두고 있다. 이런 일정까지 감안하면 최소한 이번 주 내로는 답방 여부를 결정해야 연내 답방 추진이 가능하다.

비핵화나 경제 개혁을 반대하는 북한 내 강경파가 서울 답방을 만류한다는 관측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인사가 북-미 간 협상 채널인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다. 김 위원장은 4월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 김 부장을 가리키며 농반진반으로 “저 사람 때문에 안 되는 일이 많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北 답방 협의 진행하면서도 확답은 안 해

아무튼 남북은 김 위원장의 방남 가능성을 열어두고 숙소와 일정 등에 대한 초보적인 대화는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향후 김 위원장이 방남을 결정했을 때 최대한 신속히 진행하기 위한 것이지, 답방을 전제로 한 사전 협의는 아니었다고 한다. 한 정부 관계자는 “아직 북측의 책임 있는 인사로부터 김 위원장의 답방에 대한 긍정적 메시지를 전해 들은 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는 김 위원장 답방 시 전 세계에서 몰려들 취재진을 위한 프레스센터 공간도 아직 예약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연말이라 최소 2주 전에는 프레스센터 대관을 해야 하는데, 북측에서 사인을 주지 않으니 못 빌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답방 시 방문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제주 한라산 주변에서도 지난달 원희룡 제주지사의 답사 이후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

답방 결정을 못 내리는 북한을 향해 정부 여당은 빨리 결정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연내 답방이 가능하고 필요하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김 위원장이 이번에도 결단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김정은#문재인 정부#남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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