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의주’ 표지 단 南열차, 18일치 연료 5만L 싣고 北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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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철도 공동조사]개성공단 열차 중단후 10년만에 운행

北측 판문역서 남북열차 연결 30일 오전 북측 판문역에서 남측과 북측 열차가 연결되고 있다. 왼쪽 
선두에 북측 기관차가 서 있고 하얀색의 북측 열차 3량, 그리고 남측 유조차와 발전차 순으로 연결된 것이 보인다. 남북 객차 
사이에 유조차가 연결되면서 운행 중 남북 인원 간 상호 이동은 어렵게 됐다. 통일부 제공
北측 판문역서 남북열차 연결 30일 오전 북측 판문역에서 남측과 북측 열차가 연결되고 있다. 왼쪽 선두에 북측 기관차가 서 있고 하얀색의 북측 열차 3량, 그리고 남측 유조차와 발전차 순으로 연결된 것이 보인다. 남북 객차 사이에 유조차가 연결되면서 운행 중 남북 인원 간 상호 이동은 어렵게 됐다. 통일부 제공
30일 오전 굳게 닫혀 있던 경기 파주시 장단면 비무장지대 내 경의선 철도 통문이 오랜만에 활짝 열렸다. ‘남북철도공동조사단’을 태우고 북으로 향하는 남측 열차 옆면엔 ‘서울∼신의주’라는 운행 구간 표지가 선명했다. 앞으로 18일 동안 북한 지역을 ‘H’ 형태로 훑는 약 2600km의 철도 조사 여정이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딱 10년 전 개성공단 화물열차 운영이 중단돼 ‘남북 철맥’이 끊긴 날이었다.

○ 제재 위반 논란 뚫고 10년 만에 달린 ‘남북 철마’

이날 시작된 남북의 철도 현지 조사는 2007년 12월 경의선 조사 이후 처음이다. 남쪽 열차가 북측 철도 구간을 달리는 것은 2008년 11월 도라산역∼판문역 화물열차 이후 꼭 10년 만이기도 하다. 4·27판문점회담에서 남북 정상이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에 합의한 후 7개월 만에 그 이행을 위한 실질적 조치의 첫발을 내디딘 것. 정부는 당초 8월 말 공동조사를 위해 남측 열차를 북에 보내려다 유엔군사령부의 통행 불허로 불발됐고, 이번엔 미국과 유엔의 제재 예외 조치로 조사를 진행하게 됐다.

이번 남북 철도 조사는 11년 전과 비교해 규모가 커졌다. 2007년 12월엔 경의선(개성∼신의주 약 400km)만 7일에 걸쳐 살폈지만 이번에는 경의선(30일∼12월 5일)을 본 뒤 동해선(12월 8∼17일·금강산∼두만강 약 800km)까지 처음으로 조사한다. 서울을 출발한 조사 열차는 이날 오전 9시 반경 북측 판문역에 도착해 전체를 끄는 맨 앞의 기관차를 북측 것으로 교체했고, 북측 열차 3량을 추가로 연결했다. 앞으로 개성을 거쳐 서북쪽 끝의 신의주를 찍고 다시 평양에 돌아온 뒤 동해선 원산으로 이동한다. 이어 러시아 접경 지역인 두만강까지 올라갔다 서울로 복귀하기 때문에 총 이동 거리는 약 2600km에 달한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도라산역 환송 행사에서 “(조사단원들은) 누구도 가보지 못한 북한의 기차역과 북녘의 산천을 방문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공동조사는) 섬처럼 갇혀 있던 한반도 경제 영토를 유라시아 대륙으로 확장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국토교통부, 한국철도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 등과 민간 관계자로 구성된 남측 조사단원 28명은 조사 기간 열차 안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이를 위해 무궁화 객차를 개조한 2층 침대칸이 마련됐고, 세탁기 냉장고 전자레인지뿐만 아니라 샤워실도 마련됐다. 통일부 관계자는 “열차 안 공간이 협소하고 불편해 20일 가까이 머무는 것은 어렵다는 말들이 있어 경의선 조사를 마치고 동해선 때는 대부분의 인력이 교체 투입된다”고 전했다. 이에 경의선 조사를 마친 인력은 버스를 타고 복귀하고 열차는 빈 채로 평라선을 통해 원산으로 향한다. 동해선에 투입되는 남측 인력은 버스를 타고 원산까지 가서 다시 열차를 탄다.

○ 남북 정상 합의한 연내 착공식까지 이어질까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남북 정상이 합의한 ‘연내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까지는 딱 한 달 남았다. 당초 ‘선(先)조사 후(後)착공식’에 합의한 만큼 정부는 12월 17일 철도 조사가 마무리되기 전 도로 공동조사에 나서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조 장관은 “정부는 앞으로 남북 두 정상이 합의한 착공식도 올해, 연내에 개최할 수 있도록 착실하게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등의 제재 예외 조치가 ‘철도 조사’에 한정되는 만큼 정부는 착공식 장소 및 형식과 관련한 제재 위반 여부를 국제사회와 협의하고 있다. 동시에 이번 조사가 제재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조사 열차엔) 5만5000L의 기름이 실려 있는데 열차 운행과 난방용, 예비용 기름이다. (조사 후) 남는 기름이 있다면 전량 가지고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열차의 일부 시설에 잠금장치를 설치했다.

남북 공동조사단의 조사 일정과 대상은 유동적이다. 남측 공동조사단장인 임종일 국토부 철도건설과장은 “육안 검사와 휴대용 장비를 이용한 구조물 테스트가 이뤄지는데, 조사단원들은 전문가들이라 육안으로도 시설 노후화 등을 대략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북측 관계자들이 우리에게 얼마만큼 보여주느냐에 따라서 이런 것들(조사)이 잘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파주=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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