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열차-관제센터 무전 먹통… 승객대피 구체적 매뉴얼도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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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난 안전의식]20일 오송역 KTX 단전사고 무슨 일이… 코레일 줄잇는 사고

20일 발생한 오송역 단전 사고로 멈춰선 KTX 414 열차에서 내린 승객이 코레일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철로를 건너 이동하고 있다. 이를 본 일부 승객들은 “우리도 내리게 해달라”며 열차 창문을 깨고 하차를 시도하기도 했다. 청주=뉴시스
20일 발생한 오송역 단전 사고로 멈춰선 KTX 414 열차에서 내린 승객이 코레일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철로를 건너 이동하고 있다. 이를 본 일부 승객들은 “우리도 내리게 해달라”며 열차 창문을 깨고 하차를 시도하기도 했다. 청주=뉴시스
20일 발생한 오송역 고속철도(KTX) 단전 사고 당시 오송역 및 코레일 관제센터와 열차 간 통신망이 마비돼 승무원들도 상황 파악을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인력 부족 때문에 사무인력까지 열차 안전요원으로 투입됐다. 코레일 내부에선 “조만간 더 큰 사고가 터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 사고 대응용 무전도 안 터졌다

26일 KTX 단전 사고 당시 오송역 인근에서 멈춰선 KTX 414 열차 승객과 승무원, 오송역 관계자 등에 따르면 당시 KTX 414 열차의 안전을 책임지는 열차팀장과 오송역 관제센터 간 무전 연락망이 제 기능을 못했다. 차량에 탑승하고 있던 한 승무원은 “열차가 멈춰선 직후에는 (열차 팀장과 관제센터 간) 무전이 됐는데 이후로는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고 했다. 오송역 관계자는 “사고 처리 과정에서 무전이 폭주하면서 연락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던 듯하다”고 했다.

코레일에 따르면 열차 사고 발생 시 가장 가까운 역의 역장이 초기 대응 컨트롤타워를 맡도록 돼 있다. 하지만 사고 차량과 오송역 간 연락망이 두절돼 대응 체계가 무력화됐다. 열차와 역 간에는 평소에도 무전을 쓰는데 사고 때 이 라인을 통해 무전 연락이 몰리면서 통신 시스템이 먹통이 된 것이다. 급기야 열차팀장이 개인 휴대전화로 코레일 관제센터와 연락을 시도했지만 전화가 폭주해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을 알려 달라”는 승객들의 원성에 결국 객실 승무원들이 오송역 대표번호를 검색해 전화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사고 대응 매뉴얼도 허술했다. 코레일의 ‘철도안전관리체계 프로그램’에는 차량 및 시설 장애로 열차가 멈춰 섰을 경우 열차팀장이 승객 대피 장소(열차 내부 혹은 외부)를 정하도록 돼 있을 뿐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다.

이 때문에 승객들은 3시간 넘게 차량에서 마냥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호흡이 가쁘다”거나 “비행기를 타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부 승객이 객차에서 나가자 다른 승객들이 항의하며 열차 창문을 부수고 하차를 시도하기도 했다. 먼저 빠져나간 승객들도 별다른 안전조치 없이 철로로 걸어 이동했다.

○ 안전요원 10명 중 1명은 대체인력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열차팀장 인력이 부족해지자 코레일은 일반 사무직 직원들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하고 있다. 코레일에 따르면 KTX와 일반 열차 안전을 담당하는 열차 승무 분야 직원 996명 중 약 11%(110명)가 대체인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열차팀장은 “일반 열차와 달리 KTX는 열차팀장 한 명이 18개 객실 승객을 다 책임져야 해 실무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이 아니면 제대로 일하기 힘들다. 대체인력으로 투입된 당사자들조차 겁난다고 할 정도로 부담이 크다”고 했다. 오송역 사고 당시 지연된 차량 중 일부 차량에도 이들 대체인력이 열차팀장으로 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레일 측은 “대체인력 역시 모두 안전교육을 받고 자격 요건 시험을 통과해 투입된다”고 했다. 하지만 대체인력들이 기존 사무 업무를 주로 하다 열차팀장 부족 시 투입되고 있는 점을 들어 코레일이 주 52시간 제도와 승객 안전을 맞바꾼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2013년 동대구역 KTX 충돌사고도 대체인력이 열차팀장으로 근무하다 발생한 사고라는 걸 잊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동대구역 사고 이후 대체인력 투입이 거의 없었으나 최근 늘고 있다.

코레일의 부실한 해명도 도마에 올랐다. 코레일은 오송역 사고 발생 약 2시간 후 “오송역 인근에서 발생한 전차선 단전이 18시 50분경(오후 6시 50분) 현재 복구 완료돼 KTX 열차 운행이 상·하행선 모두 재개됐다”고 했다. 하지만 KTX 414 승객이 열차에서 내린 시간은 오후 8시가 넘어서였다. 당시 승객들은 휴대전화로 운행 재개 뉴스를 보고 더 동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틀 뒤 발생한 수도권 분당선 열차 고장 때도 사고 발생 후 한 시간 만에 “운행이 재개됐다”고 했지만 실제 열차 운행은 이보다 더 늦어져 이용객의 원성을 샀다. 코레일은 앞서 7월 금천구청역 철로 단선 사고 때도 폭염 때문이라고 했지만 용접 불량으로 확인됐다. 8월 포항행 KTX 차량 화재 사고 당시에는 객차 천장에서 불꽃이 튀는 등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코레일은 연기만 나서 객차를 비운 뒤 운행했다고 해명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사고열차-관제센터 무전 먹통#승객대피 구체적 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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