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복 심사 대신 압박 면접… ‘미스 아메리카 2.0’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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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시대 달라진 미인대회
외모보다 재능-지성 평가로 전환… 우승자 “균등한 기회-교육 힘쓰겠다”
일각 “98년 전통 사라졌다” 불만

“당신이 겪은 가장 큰 실패는 무엇입니까?” 심사위원이 물었다. “실패라는 단어는 우습다고 생각합니다.” 미스 플로리다인 테일러 타이슨(23)이 받아쳤다. “저는 수없이 많은 좌절을 겪었지만 그것들은 실패가 아닌 디딤돌이었기 때문입니다.” 타이슨의 대답에 관객들 사이에서는 탄성이 나왔다.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시대에는 미인 선발대회 모습도 달랐다. 9일 막을 내린 ‘2019 미스 아메리카’에서 이런 장면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주최 측이 대회 98년 역사상 처음으로 수영복 심사를 없애고 그 대신 압박 면접 형식의 무대 인터뷰를 평가 항목에 추가했기 때문이다. 대회 취지를 외모 평가에서 재능과 지성 평가로 전환하겠다며 새로운 버전이라는 의미를 담은 ‘2019 미스 아메리카 2.0’이라는 이름까지 내걸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게 유리한 상황이 되면서 참가자들의 자기소개 방식에도 변화가 보였다. 참가자들은 대개 ‘○○(지역)에서 온 ○○(이름)’로 자신을 소개했지만 미스 미시간 에밀리 시오마(24)는 달랐다. 시오마는 “미국 담수 중 84%가 있지만 정작 거주자가 마실 물은 없는”이라고 운을 떼 눈길을 끈 뒤에야 “미스 미시간 에밀리 시오마입니다”라고 이름을 밝혔다. 4년 전부터 미시간주 플린트 주민을 괴롭히고 있는 플린트 수질 악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보여 준 것이다.

미스 아메리카의 변화는 다른 평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악기 연주나 노래, 웅변 등 비교적 고전적인 퍼포먼스가 주를 이뤘던 재능 평가에서 다소 파격적인 마이클 잭슨의 ‘문워크’ 가 등장했다. 심사위원들에게 문워크와 탭댄스를 보여준 미스 코네티컷 브리짓 오이(22)는 2위를 했다. 이날 미스 아메리카의 영광은 대회 내내 ‘균등한 기회와 교육’을 위해 힘쓰겠다고 강조한 미스 뉴욕 니아 이마니 프랭클린(25)에게 돌아갔다. 심사위원들은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교육 기회 확대를 위해 쓰겠다는 프랭클린의 주장에 높은 점수를 줬다.

이처럼 달라진 미스 아메리카를 모두가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미스 아메리카의 시초가 수영복 미인 선발대회인 만큼 그동안 수영복 심사는 대회 상징처럼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미국 51개 주 중 46개 주 지방대회 주최 측은 ‘미국적 요소를 없앴다’며 전국대회 주최 측 관계자들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1989년 미스 아메리카 출신이자 이번 대회 조직위원장이기도 한 그레천 칼슨은 작년 대회 조직위원회 고위 관계자들이 과거 수상자들의 외모와 성생활을 조롱한 사실이 드러나 새롭게 위원장을 맡게 되면서 이 같은 변화를 주도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수영복 심사#압박 면접#미스 아메리카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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