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제재 발동한 이란과 ‘동맹’ 과시한 北, 비핵화 역주행할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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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공식적으로 시작된 7일 이란에는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방문 중이었다. 리 외무상과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회담에서 “기존 동맹관계를 더욱 확대할 것을 합의했다”고 이란 관영매체는 보도했다. 8일엔 하산 로하니 대통령도 만났다. 로하니 대통령은 “미국은 어떤 의무도 지키지 않는, 믿을 수 없는 나라인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고, 리 외무상도 미국의 이란 제재를 비판했다고 한다.

북한과 이란은 그간 대량살상무기(WMD) 개발과 관련한 ‘검은 커넥션’ 의혹을 받아왔다. 그런 두 나라가 일부러 날짜를 맞추기라도 한 듯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에 대한 본격 제재에 들어간 날 양국 간 연대를 과시했다. 미국은 11월부터는 이란산 원유 거래도 차단할 계획이다. 이런 북한의 행보는 최근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관계와 관련해 이미 약속한 비핵화를 거부하고 다른 길을 갈 수 있다는 대미 압박용 메시지로 읽힐 수밖에 없다. 제재와 압박 속에 각각 원유 수출과 수입이 절박한 두 나라의 이해관계도 맞아떨어진다.

그러나 미국은 단호하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란과 북한에 대한 대응은 정확히 똑같다. 운반 가능한 핵무기 추구를 포기하도록 두 정권에 최대의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한동안 사용을 자제하던 ‘최대의 압박’이란 용어까지 다시 꺼내든 것이다. 북한과 이란의 밀착은 우리 정부의 입지도 군색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은 미국의 제재망에서 이란산 원유 수입의 예외를 인정받기를 원하고, 북한산 석탄의 국내 반입도 뜨거운 감자가 됐기 때문이다. 이런 때일수록 한미 간 신뢰에 금 가는 일이 없도록 공조를 강화하는 것 말고 다른 길은 없다.
#이란#이란 제재#북한 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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